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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노조, 우려와 기대

입력
2021.05.07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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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앞세운 MZ 세대 노조 조직화 바람??
?권리 찾기? vs 노노 분열? 찬반 엇갈려?
?성과 중시 성향? 연공급 체계 균열 내기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최근 1980~2000년대생인 MZ 세대가 주축이 된 노조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1980~2000년대생인 MZ 세대가 주축이 된 노조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최근 노동조합 조직화 바람이 불고 있는 ‘MZ 세대(1980~2000년대생)’ 의 모습을 보면 그렇다.

올해만 해도 LG전자와 금호타이어에서 사무직 중심 노조가 닻을 올렸고 지난달에는 대표적 생산직 노조를 갖고 있는 현대차 그룹에서도 8년 차 이하 사무ㆍ연구직들이 노조설립 신고를 했다. 제조업 생산직이 주축인 기존 노조가 특정 직군과 특정 세대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 새로운 노조가 나온 동력이다. 실제로 조합원 17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주력부대는 50대(39.2%ㆍ2018년 기준)다. 반면 LG전자 사무직 노조 위원장은 1991년생, 현대차 사무연구직노조 위원장은 1994년생이다.

사무직 노조의 중추인 MZ 세대와 기존 노조의 조합원들은 직군 간 이해관계가 다를 뿐 아니라 성장 과정과 세대적 정체성도 다르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1990년대 초 3저 호황으로 고임금의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했으며 집단주의적 정체성을 가진 50~60대와 달리 MZ 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불평등을 공기처럼 경험’(조귀동 ‘세습 중산층 사회’)했으며 번듯한 일자리가 사라진 극심한 경쟁적 환경에서 사회에 진출한 세대다. 올해 초 정보·기술(IT) 기업들에서 MZ 세대가 성과급의 규모와 산정방식에 대해 공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일과 이 세대가 주축이 된 사무직 노조가 동시다발적으로 출범하는 일이 벌어진 건 우연이 아니다.

자원 배분의 ‘공정성’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노조 조직화에 나선 MZ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복잡하다. ‘권리 찾기’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가 노조에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환영하는 입장도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기존 노조가 사용자와 싸워서 얻어낸 교섭력을 노동자 내부의 분열로 약화시켜 결국 사용자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는 우려, 의도적이건 아니건 이들의 움직임은 기업 내 성과주의의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고 노동자 내부 연대가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 이들이 주장하는 공정성은 개인의 능력에 따른 보상만 중시해 개인 능력의 차이를 가져오는 구조적 문제를 경시하고 있다는 비판들이 나온다.

MZ 세대 노조가 추구하는 공정의 가치에 동의하건 그렇지 않건 분명한 사실은 조직 내에서 이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점점 주류의 목소리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시늉에 불과했다 할지라도 모든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던 기성 노조와, 작정하고 개인의 직무와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가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젊은 노조 간 대의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

MZ 세대 노조가 공공선에 복무하며 정치적ㆍ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노조가 될지 실리주의에 매몰된 이기주의 노조가 될지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사회적 공감대는 있으나 정치적 이유로 오랫동안 풀어내지 못했던 중요한 과제가 젊은 노조의 등장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많은 노동전문가가 세대 간 형평성을 저해하고 조직의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비판해 온 연공급 체계의 변화가 그것이다.

회사로서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높일 수 있고 노동자들에게는 결혼ㆍ출산ㆍ은퇴라는 생애주기에 최적화된 연공급은 우리 임금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입직 노동자와 30년 차 노동자의 임금 배율이 3.3배에 달하는 극단적인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서유럽 1.7배, 일본 2.5배)는 정의롭다고 볼수 없다. 직무와 능력에 걸맞은 보상체계,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선호하는 MZ 세대 노조의 등장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내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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