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시진핑 ‘백신=공공재’ 선언, 약발 떨어지나
②”개도국 립서비스, 美 정치적 술책” 뭉개기
③WHO 승인 앞두고 들뜬 中 백신에 재뿌려
④美 ‘단독 플레이’에 中, 유엔 ‘다자주의’ 응수
‘1억900만 vs 0’
중국과 미국이 지난 3월 기준 해외에 수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규모다. 현재 중국은 2억1,000만회 분이 넘는다고 주장하니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중국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참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며 백신을 공유하자고 동참을 촉구하던 중국은 미국의 파격적인 호응에 도리어 경계심을 드러내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①시진핑 ‘백신=공공재’ 선언, 약발 떨어지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해 5월 세계보건총회(WHA) 화상회의 개막연설에서 “중국이 개발하는 코로나 백신은 글로벌 공공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백신 외교’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은 국제사회 영향력을 넓혔다. 수출(50여 개국)을 포함해 백신을 지원한 국가는 80여 개국에 달한다.
다만 중국에서 만든 백신을 퍼 나르는 수준에 그쳤다. 기술이전은커녕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제외하면 중국 백신 현지생산도 극히 드물다. 반면 미국이 천명한 백신 특허 포기는 이와 차원이 다른 근본적 해결책이다. 지난 1년간 공들인 중국 백신 물량공세의 위력이 반감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②”미국의 정치적 술책” 뭉개기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며 깔아뭉갰다.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화이자 백신에 적용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은 중국도 아직 구현하지 못했다. 하물며 기술과 생산시설이 열악한 개도국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주장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7일 “백신 지재권을 면제한다는 미국의 방침은 정치적 술책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백신 접근성 문제에 대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미국의 발표를 일단 환영했다. 동시에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개도국에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미국이 중국을 의식해 뒤늦게 백신을 포기하는 극약 처방으로 방침을 바꾼 것에 대한 불만이 담겼다. 펑둬자(封多佳) 중국 백신산업협회장은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말 바꾸기가 아니라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가난한 국가들의 백신 부족에 무관심하고 부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③WHO 승인 앞둔 中 백신에 재 뿌리기
전 세계에 공급한 코로나 백신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그럼에도 중국은 아직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 ‘코백스(COVAX)’에 진출하지 못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시노팜, 시노백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럽의약청(EMA)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기구의 심사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중국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통과할 경우 중국 백신은 저렴하고 보관과 유통에 용이한 점을 앞세워 코로나 시대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이 백신 특허 포기라는 깜짝 카드로 이슈를 선점하면서 한껏 들뜬 중국에 재를 뿌린 셈이 됐다.
④美 ‘단독 플레이’에 中 ‘다자주의’ 응수
중국은 미국의 단독 플레이도 못마땅하다. 단번에 분위기를 바꾸며 집중 조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독일이 미국의 특허 포기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균열이 생겼다.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미 화이자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했다.
이에 중국은 특정 국가가 아닌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유엔 중심의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소규모 패거리 집단을 만들어 이념 대결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방주의나 패권주의에 가담하지 말고 정치적 농간이 아닌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5월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의장국도 맡았다. 7일 국제평화와 안전 수호, 19일 아프리카 전염병 발생 이후 회복을 주제로 회의를 주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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