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야외 수영장, '호캉스족·MZ세대' 선호
여름 수요 예상…봄부터 온수풀 이용객 몰려
시차제 ·인원 제한·샤워 금지…운영방식 개편
3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야외 온천스파 씨메르의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먹거리를 판매하는 풀사이드바와 샤워실은 운영을 중단했고, 선베드는 텅텅 비었다. 이용객들은 물 속에 들어갈 때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날 씨메르를 찾은 직장인 이모(31)씨는 "온수풀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 방수 마스크를 따로 준비해왔다"며 "이용에 제약이 있지만, 바다를 보며 스파를 즐기니 집콕 생활로 갑갑했던 속이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동안 한산했던 호텔의 야외 수영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단위 투숙객이 늘면서 제주, 남해 등 관광지를 시작으로 서울, 수도권 호텔까지 야외 수영장과 온수풀의 개장이 이어지고 있다. 시설 특성상 비말 감염에 취약한 만큼 호텔들은 자체적으로 운영방식을 개편하면서 방역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벌써 여름 왔나…호텔, 야외 수영장 여는 이유
날씨에 따라 활용도가 떨어지고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야외 수영장은 과거 5성급 호텔에 한해 형식상 들어가는 부대시설에 그쳤다. 하지만 호캉스(호텔+바캉스)가 떠오른 4~5년 전부터 규모가 작은 호텔과 리조트에도 들여야 할 필수시설이자 마케팅 수단이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에게 소구될 체험 콘텐츠로, 새로운 여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이색 장소로 각광을 받으면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얼마나 편하게 투숙하느냐'가 초점이었다면, 요즘 투숙객들은 '어떻게 해야 호텔에서 잘 먹고 놀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며 "수영장 서비스는 패키지 기획 단계부터 매출 증대를 위한 주요 요소로 다뤄진다"고 말했다.
하늘길이 막히고 호캉스 수요가 늘어난 지금은 내국인을 잡을 수 있는 차별화 요소로 중요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여름에 몰릴 수요를 예상해 일찍부터 온수풀을 즐기려는 가족 단위 관광객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3부제로 나누고 입장제한…방역 괜찮을까
다만, 방역은 고민이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어느 정도 체계화됐지만, 호텔 야외 수영장에 대한 세부지침이 부실해 방역 사각지대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여름엔 몇몇 호텔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수영장 파티를 개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 호텔들은 수영장 시차제를 도입하는 식으로 지난해보다는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호텔 제주와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각각 3, 4부제로 온수풀 이용 시간을 나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제주 방역당국의 1.5단계 거리두기 지침에 맞춰 1부당 최대 인원을 19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매 회 190명이 다 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라호텔 서울은 어반 아일랜드 호캉스 패키지 이용객들만 이용하도록 입장을 제한하면서 수영장 수용 인원을 예년의 20%가량 줄였다. 선베드 간격을 넓혀 거리두기를 유도하고 하루 한 번 방역과 위생 점검도 강화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수영장 이용객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하는 데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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