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부활했지만 코스피 1.57% 상승
1분기 기업 호실적으로 공매도 영향 제한적
다만 거래대금 급감 등 증시 열풍은 한풀 꺾여
종목별 양극화 전망...일각 '박스피' 우려도
'공매도가 부활하면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무색하게 공매도가 재개된 뒤에도 증시는 오히려 상승세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좋았던 데다 예상과 달리 공매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재개에도 오히려 증가한 시총... 바이오 ICT 주 등 일부 종목만 약세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코스피는 3,197.20으로 마감하면서 공매도 재개 직전이었던 지난달 30일(3,147.86)에 비해 49.34포인트(1.57%) 상승했다. 코스닥의 경우 소폭 하락했지만 낙폭(-0.52%)이 크지는 않았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합계는 1.26%(33조 원) 증가한 2,635조 원으로, 공매도 이슈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당초 시장에서는 공매도 재개 직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1년 2개월 동안 쌓여 있던 공매도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당분간은 하락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올해 초부터 일부 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 반대 청원을 이어온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공매도 재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주식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공매도 금지 기간에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올라 부담이 컸던 바이오·정보통신기술(ICT)주들은 하락세를 보였다. 관련주들이 주로 포진한 코스닥이 약세를 보인 이유다.
비결은 '실적'... 다만 거래대금 급감 등 증시 열풍 꺾여
'공매도 공격'에도 주식시장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의 기초(펀더멘털)가 되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카카오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85%가량 높아지며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고, 이에 증권가에서는 기존 196조 원 수준으로 예상했던 유가증권시장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를 210조 원 수준으로 대폭 올려 잡았다. 특히 화학, 정유, 조선 등 경기 민감주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에너지, 철강, 화학 업종 이익 전망치가 큰 폭 상향 조정됐다"며 "디스플레이와 가전 판매량이 늘면서 정보기술(IT)주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기계·화장품·의류·건설업종 전망도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매도 재개 공포로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3일부터 4거래일간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8조6,354억 원으로 올해 1월 첫째 주(18조3,322억 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8조 원대로 낮아진 것은 공매도 금지 직전이었던 지난해 3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 재개로 증시가 다시 박스권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처럼 주가가 상승하면 외국인과 기관이 대량 공매도하는 방식으로 다시 지수를 주저앉히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상반기에 강한 이익 흐름을 보였던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분위기를 이어갈 확률이 높지만, 향후 대차잔고와 공매도가 많아지면서 종목별 수익률 차이가 확대될 것"이라며 "점차 실적과 가치, 수급, 주가 등이 복합적으로 중요해지는 '로테이션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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