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임금조정을 앞두고 대기업들에 임금 인상 최소화를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경총은 7일 회원사들에 '2021년 임금조정과 기업 임금정책에 대한 경영계 권고'를 송부했다고 9일 밝혔다. 이날 권고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과 청년실업 심화, 부문별 격차 확대 등 최근 국내 경제의 제반 여건을 감안해 △고용 확대 △사회적 격차 해소 △공정한 보상체계 구축에 초점을 뒀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경총은 우선 고임금 대기업에 대해 올해 임금 인상을 '필요 최소한의 수준'으로 시행해줄 것을 제안했다. 실적이 좋은 기업엔 기본급 같은 고정급 인상보단 일시적 성과급 형태로 근로자에게 보상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등 경기 충격에 대한 회복세가 업종·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미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의 지나친 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이나 취약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면서 사회적인 갈등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경총에 따르면 우리나라 500인 이상 규모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2017년)은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6,097달러로, 일본(4,104달러)보다 48.6% 높고, 미국(5,031달러)과 프랑스(5,371달러)보다 각각 21.2%, 13.5%씩 앞선 수준이다. 각 국가의 경제 수준을 고려한 임금을 비교할 수 있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임금 수준(500인 이상 규모)도 한국은 190.8%(2017년)로, 미국(100.7%, 2015년)과 일본(113.7%, 2017년), 프랑스(155.2%, 2015년)보다 앞섰다.
경총은 또 여력이 있는 기업의 경우 확보 가능한 재원을 임금 인상보다 고용 확대 및 중소 협력사의 경영여건 개선에 적극 활용해줄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 5∼9인 사업장 근로자 월평균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199.1(2019년 기준)로 2배에 달한다. 반면 일본은 129.6(2017년 기준), 미국과 프랑스(2015년 기준)는 각각 154.2, 157.7 수준이다.
경총은 이 밖에 기업의 임금체계를 기존 연공중심 임금체계에서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할 것도 요청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경제 및 노동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미 높은 국내 대기업 임금수준을 더 높이는 것보다는 고용을 확대하고 직무·성과중심 보상체계를 구축해 공정한 노동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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