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싯 "경고 무시하고 정치집회·종교축제 허용"
"잘못 인정하고 책임 있는 리더십 보여라" 촉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행동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인 최근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해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이 모디 총리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2차 대확산과 변이 바이러스 출현의 위험성을 간과한 채 무책임한 ‘집단 면역’ 주장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질책했다. 학술지의 노골적인 의견 표명은 이례적이다.
랜싯은 8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최신호 사설을 통해 “3월 초 하시 바르단 인도 보건장관은 인도가 전염병의 ‘최종 단계’에 있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2차 대유행과 새로운 변이 등장 가능성이 있다는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슈퍼 전파가 우려된다는 경고를 듣지 않고 정부는 대규모 정치 집회와 종교 축제 진행을 허용했다”고 질타했다.
결과는 재앙이었다. 랜싯은 “코로나19가 끝났다는 메시지 발신 결과는 백신 접종 시점의 지연”이라며 “병원은 이미 포화 상태에 빠졌고 의료 종사자들도 만신창이가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위기 와중에 비판과 공개 토론을 억누르려고 한 행동에 대해 모디 총리는 변명할 수 없다”며 “감염병 통제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오는 비판 제거에 더 몰두한 건 전적으로 모디 총리 책임”이라고 맹공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이라”는 촉구도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인도의 ‘성공’을 다시 보여달라는 호소다.
비판만 한 건 아니다. 랜싯은 악화일로인 코로나19 대확산 위기를 인도가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백신 공급을 늘리고 △백신의 공정한 유통 체계를 만드는 한편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유전자(게놈) 검사를 확대하는 동시에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집단 모임 중단, 자발적 격리, 진단 검사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게 랜싯의 제언이다.
9일 인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40만3,738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누적 확진자 수는 2,230만명, 사망자는 24만2,362명으로 늘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이달 2일 기준으로 인도의 실제 코로나19 사망자가 64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악의 경우 9월 21일에는 사망자 수가 216만명을 기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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