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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사기' 주장, '정치 낭인' 음모론에 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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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사기' 주장, '정치 낭인' 음모론에 속은 것"

입력
2021.05.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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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보안 전문가 자처하는 램스랜드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가 선거 조작"
트럼프 최측근에 허술한 연구 내용 전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미국 대선 결과가 ‘선거 사기’의 결과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캠프 내부의 전문적 의견이 아니라 워싱턴 정가 주변을 맴돌던 한 ‘정치 낭인’의 음모론 아이디어에 의존한 결과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폭로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절박함이 빚은 일종의 사기극 참사인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제기한 선거 사기 주장은 사이버 보안 분석가를 자처하는 러셀 제임스 램스랜드 주니어라는 인물로부터 출발했다. ‘연합안보작전그룹(ASOG)’이라는 보안업체를 운영하는 램스랜드는 2016년 연방 하원 텍사스주(州)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섰다 탈락한 경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에서 쓰이는 선거 소프트웨어가 정권끼리 사이가 안 좋은 베네수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식의 음모론을 램스랜드가 공화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퍼뜨린 건 2018년부터다. 그러나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기회가 온 건 2년 뒤다. 대선 패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최측근 그룹을 통해 들어온 램스랜드의 사기 가능성 주장은 그럴싸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고, 이내 깊게 빠져들고 말았다는 게 WP 분석이다. 루이 고머트 하원의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 고문이던 변호사 시드니 파월, 개인 변호사였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이 램스랜드의 주장에 동조한 인물들이라고 WP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 그룹에 '선거 부정' 연구 결과를 넘긴 것으로 알려진 러셀 램스랜드. 보트스마트 캡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 그룹에 '선거 부정' 연구 결과를 넘긴 것으로 알려진 러셀 램스랜드. 보트스마트 캡처

실제 파월 변호사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베네수엘라 독재자 우고 차베스가 소유한 도미니언사가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졌다” 따위의 발언으로 선거 음모론에 불을 지폈고, 같은 달 공화당전국위원회(RNC)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줄리아니 변호사와 함께 도미니언사를 집중 공격하기도 했다.

다만 램스랜드는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WP에 해명했다. “ASOG는 파월 변호사와 줄리아니 전 시장에게 연구 내용을 줬을 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직접 건넨 일은 없다”는 것이다. “연구 내용은 선거 시스템 취약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많은 목소리’ 중 하나”라고도 했다. 앞서 도미니언사로부터 13억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자 “정치적 의견일 뿐”이라며 면책을 주장한 파월 변호사와 같은 내용의 변명이다. 부정 선거를 주장했지만 자신들도 확신할 수 없었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WP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램스랜드는 선거 사기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온 인물이다. 텍사스주 현지 매체인 샌안토니오타임스가 “램스랜드와 연관된 극우파가 ‘선거 사기가 없었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538표 중 318표를 얻어 대승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난해 12월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빙성은 없다. 정치적 ‘가짜뉴스’를 판정하는 미국 팩트 체크 사이트 ‘폴리티팩트’도 “(유령표 탓에) 미시간주 6개 선거구에서 투표율 100%를 넘겼다는 램스랜드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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