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중국 인구문제는 국제 사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져올 늙은 중국의 미래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난달 27일 ‘중국 인구 14억 붕괴’ 보도가 이 문제를 다시 불러냈다. 중국 인구가 줄면 1960년과 1961년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이 초래한 대기근으로 감소한 이후 60년 만이다. 앞서 중국사회과학원은 2030년에, 유엔은 2032년부터 인구 감소를 예상했었다. 전망이 10년이나 당겨졌다면 상황은 그만큼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인구위기는 사실 세계의 문제다. 중국 인구 감소는 수십 년 성장을 견인한 ‘풍부한 노동력’의 축제가 끝나간다는 의미다. 당장 ‘세계의 공장’이 멈추는 건 아니지만, 여파는 중국을 넘어 세계에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2020년에도 인구는 계속 증가했다”고 반박해도 파문이 계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인구문제를 풀지 못하면 세계는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며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하던 시대를 마감하고, 저성장과 인플레 늪에 빠질 수 있다. 대안으로 떠오른 인도가 비록 2027년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에 등극하겠지만 세계에서 중국의 역할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인구붕괴란 표현까지 쓰며 인구 역전의 여파를 추적하는 서구 언론도, 중국 아이 문제가 가족과 국가를 넘어 세계의 이슈로 부상한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인구위기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가 미 경제전문지 포천의 ‘세계 500대 기업’ 리스트다. 1995년 미국과 일본의 기업은 151개와 149개. 일본은 미국을 금세 따라잡을 기세였으나 인구가 걸림돌이었다. 1970년대 2.0을 유지하던 출산율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를 넘은 1980년대 들어 1.5로 내려앉았다. 이후 찾아온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뒤 성적표는 참담했다. 2020년 500대 기업 중 일본 기업은 52개로 쪼그라들었다. 반대로 중국은 같은 기간에 3개에서 무려 124개(홍콩 포함)로 늘어났다. 무엇보다 저렴한 노동력이 시장에 대거 쏟아진 결과였다.
중국은 121개의 미국까지 추월했으나 그 승리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다. 일본과 유사한 인구위기에 빠져 있으나 탈출구는 일본보다 좁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금으로선 인구감소의 경제충격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출산율만 해도 재작년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했을 때 1.5였으나 실제로는 1.2~1.3으로 추락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 출산율이 최소 1.3을 유지한 점에서 중국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강압적인 정책과 성장에 따른 생활방식 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2차 대전 이후 오랜 혼란이 끝나자 중국에선 베이비 붐이 시작됐다. 5억 명이던 인구는 20년 뒤 8억 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한 자녀 정책이 도입되었으나 인구는 14억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출산율 하락의 경고가 무시되면서 2016년 뒤늦은 두 자녀 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히려 출생자가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팬데믹에 따른 베이비 붐의 기대가 베이비 위기로 바뀐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구 2,100만의 베이징에서 지난해 출생자는 10만368명으로 전년(13만2,634명)에 비해 24.3%나 급감했다. 5,200만의 한국에서 작년 27만2,400명이 태어난 것보다도 낮은 수치다.
중국 인구구조에서 낮은 출생률도 문제이나 전례 없는 고령화는 더 위험하다. 지난달 인민은행이 2050년 경제활동 인구의 고령자 부양이 미국보다 무거워진다면서, 출산정책의 즉각 자유화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2000~2010년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전체 인구의 66%에서 70%로 증가했으나 2019년에 64%로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반면 노령인구는 같은 기간에 3%에서 13%로, 다시 19%로 큰 폭으로 계속 늘고 있다.
노동인구 대비 고령인구를 말하는 고령인구부담비율(OADR)의 경우 중국은 2050년에 1을 기록해, 미국 영국 독일보다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일하는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면 중국사회는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 리보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보아오 포럼에서 “국유토지 매각이나 장기 국채발행 등 다양한 대책이 있다”며 재정이 블랙홀에 빠질 우려를 부인했다. 그럼에도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정부 부담이 커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된다. 중국사회과학원도 2035년에 연금 재원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동북3성 중 하나인 헤이룽장성은 이미 인구감소와 성장률 저하에 따른 연금 부족으로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가 목도한 중국 급성장의 배경에는 대규모 노동 공급이 있었다.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생산가능 인구는 2억4,000만 명이 늘었다. 미국 등 선진국이 낮은 인플레 속 안정된 성장을 누린 배경에도 중국의 저임금 숙련 노동자가 있던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생산가능 인구가 2050년까지 지금보다 20% 줄어들어 2억 명이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의 노동 인구를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숫자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위기의 씨앗은 성장전략이 저렴한 대규모 이주노동자에 의존한 데서 뿌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SCMP 기고에서 “그들의 자녀들은 출산보다 인터넷 서핑을 좋아하며, 자산버블은 (출산율 하락)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일본, 한국보다도 상황이 나쁘다고 했다.
인구위기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엔은 2015년 세계 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2030년 세계의 60세 이상 인구는 14억 명으로 16.5%를 차지하고 유럽과 북미에선 2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독 심각한 인구감소와 초고령화로 치닫는 동아시아의 경우, 일본에 이어 작년에 한국 대만 홍콩이 순인구 감소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은 해외 노동력을 유입시키기 어렵고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어, 어느 나라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에서 '새로운 중국'으로 거론하는 인도는 세계의 성장을 이끌기 부족한 측면이 크다. 상대적으로 기업가 정신이나 사회경제 시스템이 떨어져 중국식 발전모델이 인도에서 구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구 변동 규모에서도 중국과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인도가 3개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인구 감소의 영향이 과장되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한 보고서에서 인구는 단지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변동의 작은 부분만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전통적 시각에선 인구 변화가 높은 인플레와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지만 기대수명 연장, 노동과 소비패턴의 변화로 그 영향은 완만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구대역전’의 저자인 찰스 굿하트는 지난달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1990년대 이래 세계의 저인플레 속 경제성장은 통화정책이나 중앙은행의 물가관리 덕분이 아니라 중국, 동유럽, 여성의 노동력 공급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노동자의 감소, 세계화의 후퇴, 팬데믹이 겹치면서 역풍은 시작되고 있다”며 인구 역전의 영향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저자인 마노즈 프라단은 “주요 국가들은 재정적자 감당을 위해 인기 없는 증세보다는 인플레를 원할 것”이라며 “2022년 말경에 고인플레로 방향을 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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