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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반찬 4개→2개로... 자동차 13분 탈 때 나오는 온실가스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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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반찬 4개→2개로... 자동차 13분 탈 때 나오는 온실가스 줄어든다

입력
2021.05.29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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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끼 밥상 탄소계산기']


한 끼를 먹을 때도 칼로리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구를 생각한다면 탄소 배출량도 계산해 보는 게 어떨까.

한 끼를 먹을 때도 칼로리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구를 생각한다면 탄소 배출량도 계산해 보는 게 어떨까.

당신은 고기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조금 줄여볼 수는 있다. 어제 저녁 불고기덮밥 한 끼(약 300g)를 먹었는데, 소고기를 120g에서 60g으로 줄였다. 대신 두부를 60g 넣어 먹었다.

이 작은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가. 하지만 휘발유차 10㎞를 덜 탄 만큼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효과가 있다. 소고기 120g을 생산ㆍ유통하는 과정에서 5.365㎏CO₂e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CO₂e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 등 여러 온실가스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한 '탄소환산량' 을 뜻한다.

불고기덮밥 한 끼(약 300g)를 만들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5.481㎏CO₂e이다. 소고기 120g이 들어간 경우 그렇다. 휘발유차를 약 22.8㎞ 주행할 때 나오는 양과 맞먹는다.

만약 고기를 전부 두부(120g)로 바꾼다면? 더 이상 불고기덮밥은 아니겠지만, 온실가스는 0.586㎏CO₂e로 급격히 줄어든다.

한국일보는 국내 연구자료를 종합해 100가지 음식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리하고, '한끼 밥상 탄소계산기'를 만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식진흥원의 '표준조리법'에 따른 1인분 조리예를 기준으로 했다. 한식 위주지만 햄버거와 피자 등 즐겨 먹는 외식 음식도 일부 포함시켰다. 기후 위기에 관심이 있다면 식단을 조절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도전해볼 만다.


한끼 밥상 탄소계산기 홈페이지 화면. 기사 아래 인터랙티브 주소를 이용하면 메뉴별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볼 수 있다.

한끼 밥상 탄소계산기 홈페이지 화면. 기사 아래 인터랙티브 주소를 이용하면 메뉴별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볼 수 있다.

음식은 탄소 배출과 뗄 수 없는 관계다. 22개국 70명의 전문가가 모인 환경단체 ‘플랜드로다운(Plan Drawdown)’은 향후 30년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방법 3위로 채식위주 식단을 꼽았다. 이는 열대우림 복원(5위)이나 해상풍력발전(6위)으로의 전환보다도 더 높은 순위다.

그렇다고 당장 동물성 식품을 철저히 배제한 비건(Vegan) 채식주의자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육식을 줄이는 리듀스테리안(Reduceterian)만 돼도 효과는 크다. 무엇보다 친환경 에너지ㆍ교통수단으로의 전환은 시간이 걸리지만, 지속가능한 식단으로의 변화는 바로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다.

반찬 넣고 빼서, 온실가스량 계산해 보니

쌀밥에 소고기뭇국, 소고기 장조림, 삼겹살구이, 식혜, 제육볶음을 곁들이는 식단 A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고기가 들어간 반찬이 4가지다. 이 중 소고기뭇국을 된장찌개로 바꾸고, 삼겹살구이를 마늘쫑이나 오이생채 등으로 바꿔 고기 반찬을 2개로 줄인 식단 B를 만들었다.

이 경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4.408 ㎏CO₂e에서 2.586㎏CO₂e로 줄어든다. 휘발유차를 약 10.7㎞ 운행했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도심 일반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50㎞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12분 50초 달린 것과 같다. 반면 식단의 영양성분 중 단백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26.5%에서 46.4%로 증가한다.

모든 음식재료는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이 때문에 어떤 재료를 넣고 빼느냐에 따라 음식별 탄소 발자국도 달라진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모든 음식재료는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이 때문에 어떤 재료를 넣고 빼느냐에 따라 음식별 탄소 발자국도 달라진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만약 식단 A에서 고기를 없애고 북엇국, 무말랭이장아찌, 고등어구이, 달걀찜 등을 넣은 식단 C를 구성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1.056㎏CO₂e로 3배 이상 줄어든다. 약 4.4㎞의 차량운행과 비슷하다. 하지만 전체 칼로리는 식단 A가 1087.4kcal, 식단 C는 812.6kcal로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음식 재료에서 고기를 일부만 덜어내도 효과가 크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예로 들 수 있다. 돼지고기 60g이 들어간 김치찌개 1인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34㎏CO₂e로 추정된다. 여기서 돼지고기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30g을 두부로 바꾼다면 온실가스는 1.56㎏CO₂e로 줄어든다. 고기를 완전히 두부로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0.785㎏CO₂e다.

덤으로 영양 효과도 크다. 돼지고기만 넣었던 김치찌개의 경우 칼로리가 190.08kcal로 높고 콜레스테롤도 24.77mg으로 높다. 고기 중 절반을 두부로 바꾼 경우 칼로리는 137.88kcal로 조금 낮아지지만 콜레스테롤이 13.08mg으로 줄어든다. 영양성분 변화를 분석한 하주연 뉴트리셔스 대표는 "식재료로 들어간 고기를 두부 등 식물성 재료로 대체하는 경우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을 순 있지만, (고기 반찬을 완전히 채식 반찬으로 바꾸는 것에 비해) 식단을 크게 바꿔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 실천하기 쉬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매 끼마다 선택하기 어렵다면 단 하루, 한 끼만을 정해서 채식 식사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시작한 주 1회 채식 운동인 ‘고기 없는 월요일’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고기없는월요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할 경우 1인당 30년산 소나무 15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더 나은미래를 위한 센터’의 2018년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육류를 완전히 끊진 못하더라도 소비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육류를 완전히 끊진 못하더라도 소비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57년간 고기생산 5배 늘어, 온실가스의 18%는 축산업 탓

고기가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 탓이다. 1960년대 초반 7,000만 톤에 그치던 고기 생산은 2017년 3억3,000만 톤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과정에서 인류는 가축 사료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숲을 불태워 경작지를 개간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사라진 열대우림의 70% 이상이 이렇게 망가졌다. 사료용 곡물을 만들 때 쓰는 화학비료 속 이산화질소와, 가축의 소화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은 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수십배 강력하다. 국가 간, 대륙 간 고기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문제를 더한다.

이렇게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종합하면 전 세계 총량의 18%가 될 것으로 세계식량기구는 추정한다. 교통수단(13.5%)이나 산업 분야(16%)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육식 위주의 식단을 바꾸는 것은 이처럼 환경파괴적인 생산방식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과 같다.

한식에 맞는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확대돼야

날마다 먹는 식단이 온실가스 배출과 직결돼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확대가 필수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채식이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잘 와닿지 않는 이유는 효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매 끼니 칼로리량을 고려하는 것처럼, 자주 먹는 음식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서도 표준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한끼 밥상 탄소계산기'는 환경부와 농업실용화재단, 광주광역시 등이 내놓은 주요 음식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토대로 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해외 식재료 자료를 적용해 추정한 수치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주된 식재료에 대한 연구가 없기 때문이다. 스위스·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600여 개 농·축산물의 온실가스 배출량 기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과 대비된다.

사실 한식은 지속가능한 식단을 실천하기에 유리하다. 반찬이 여러 개라 이 중 일부만 채소 반찬으로 바꿔도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고기 줄이기 실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2014년부터 주 1회 채식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녹색식생활기본계획’을 마련해 2018년부터 지속가능한 식생활에 대해 교육하고 채식식당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교육기관의 변화도 눈에 띈다. 울산ㆍ전북교육청 산하 초·중·고교는 지난해부터 주 1회 ‘고기 없는 식단’을 제공하거나 채식 선택 학생에게 맞춤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ㆍ서울교육청은 올해 시범학교를 지정했고, 부산에서도 최근 ‘학교 채식급식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이현주 한국고기없는월요일 대표는 “공공부문에서 채식 급식을 실천할 경우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로 이어지는 교육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전남대 독문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시야를 넓혀 식단 전환을 기후위기 대응 방안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연구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전환 외에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일보의 '한끼 밥상 탄소계산기'입니다. 밥과 반찬, 국, 요리 등을 클릭하면 한 끼 식사의 온실가스와 자동차 주행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발생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나무를 몇 그루 심어야 하는지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여러분의 작은 실천에 활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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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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