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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개선, 이제 시간이 없다

입력
2021.05.12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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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적 만남으로 그친 한일 외교장관
우리가 화해 손길 내미는 것은 어떨까
G7, 도쿄올림픽이 정상회담 최종 기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5일 런던 G7 외교·개발 장관 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별 성과 없이 의례적인 만남에 그쳤다. 위안부·강제동원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한 이견이 노출되었고 앞으로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번 회담이 한 달 후 개최될 G7 정상회의 계기의 한일 정상 간 만남의 예비 모임 성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일 정상회담에서 극적 관계 개선의 기대를 걸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일관계가 장기간에 걸친 '복합골절' 상태에 빠진 상황이어서 하루아침에 관계복원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한일관계 급랭의 직접적 원인이자 관계 개선의 뇌관이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일본은 한국 사법부발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 배상 요구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초강경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투 트랙 접근을 아무리 시도해도 일본의 옹졸하고 움츠린 자세를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역사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정공법을 펼치면 어떨까. 도덕적 우위와 자신감에 바탕을 둔 이러한 해법이야말로 시대정신에도 부합할지 모른다. 파워 관계의 변화 추세를 보면, 한일 간 경제력이 역전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1965년 수교 시 한일 GDP 격차는 1대 30, 1990년에는 1대 10으로 좁혀졌고 2010년에는 1대 5가 되었다. 2020년에는 1대 3으로 더욱 간격이 좁혀졌다. 한일 인구는 5,000만대 1억2,600만이므로 1인당 GDP의 한일 간 차이는 별로 없다. 2019년 평균 임금으로만 보면 한국이 4만2,300달러, 일본은 3만8,600달러로 한국이 앞섰다. 향후 디지털 시대의 경제, 산업, 기술 역량으로 보면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날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일본에 배상을 추궁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징용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하나는 정부와 청구권 자금의 수혜 기업이 중심이 되어 기금을 조성해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대위 변제하는 방식이다. 행정부만의 노력으로 어렵다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제안했던 입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우리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일본에는 사죄, 반성의 자세를 촉구하되 물질적 차원의 대일 배상 요구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즉, 일체의 과거사와 관련한 대일 금전 요구를 포기하고 피해자 구제는 우리 정부와 국민이 나서서 해결을 꾀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도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공식 합의로 인정하였고 올 4월 사법부는 위안부 합의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정당한 외교 노력으로 재평가하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그렇다면 정부는 차제에 위안부 대일 배상 요구를 철회하고 진정으로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에 나서면 좋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사죄를 공인하고 위안부의 역사를 추모하며 미래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역사기념관의 건립이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외교 일정을 감안할 때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 길에 나선다. 6월에는 G7 정상회의에 초대되어 스가 총리와 정상 간의 대화를 갖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7월 도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방일을 추진하여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모멘텀을 활용하여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 한일관계 개선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 것을 기대해 본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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