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앱, "늑장 수사' 비판에 경찰들의 하소연?
"수사 비공개 원칙인데... 다들 방구석 탐정에 빙의"
한강 실종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 사망 사건에 대한 경찰의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반박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누리꾼은 "매스컴 탔다고 일반 국민들에게 일일이 수사 상황을 보고해야 하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경찰청 소속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쓴 글이 올라왔다. "음모론 퍼트리시는 분들..."이라고 시작하는 이 글은 "의대생 한강 실종 같은 안타까운 사건들 매일 몇 건씩 일어난다"며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인데 매스컴 탔다고 해서 그때마다 일반 국민들한테 일일이 수사 진행상황 보고해야 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누리꾼이 언급한 '원칙'은 2019년 12월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은 기소돼서 재판을 받기 전까지 사건 관련 내용은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기소 이후에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한적인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으니 저 사건 맡은 형사팀은 온통 저거에 매달려 있을 텐데 퇴근도 못 하게 평소보다 꼼꼼히 살펴보겠지"라며 "그 팀에 배정받은 사건들은 기약 없이 뒤로 밀리는 거고, 그럼 뒤로 밀리는 사건들 폐쇄회로(CC) TV나 블랙박스 지워지는 건?"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다른 팀에서 확인하면 안 되냐고? 그럼 그 팀이 들고 있던 사건들은 또 뒤로 밀리고? 의대생 한강 사건은 매스컴 탔으니까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은 매스컴 못 탔으니 별거 아닌가?"라고 재차 반문한 뒤 "자꾸 말도 안 되는 음모론 퍼뜨리면 또 거기에 대한 수사보고 써야 되고 언론보고 내야 되고 답변서 작성해야 하고... 자꾸 밀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누리꾼은 "사람이 흥미 가지는 건 이해하는데 아직 종결도 안 된 사건 이때다 싶어 경찰 물어뜯고 온갖 루머만 쫓아다니며 퍼나르는 거 모습들 보면서 이게 민의인가 싶어 한숨 나고 탈출 못 한 수사과 직원들 알아주지도 않는데 주말 없이 고생하는 거 생각나서 속이 갑갑해진다"고 했다.
"방구석 코난 왜 이리 많은지" 토로
블라인드에서 다른 경찰관이라고 밝힌 또 다른 누리꾼은 "다들 '방구석 코난'에 빙의했는데 이 사건 때문에 본인 사건이 밀린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 누리꾼은 "차라리 언론에 안 타면 사건이 묵히긴 쉬워도 이렇게 언론 탄 사건을 그냥 묵히는 게 가능할 것 같아? 이 사건 담당자들은 잘해야 본전인 사건이야. 칭찬은 둘째 치고 날밤까고 온갖 압박 다 받고 있는 담당자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뭐 이리 대한민국에 방구석 코난들이 많은지"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도 경찰을 향한 '늑장 대응' 비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에는 공감하나 지금 범죄가 없는 상태"라며 "손씨 사망 자체의 원인을 모르는데 범죄가 돼야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치주의 관점에서 범죄가 없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범죄에 대한 기초 자료가 확보돼야 본격 수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고 손씨의 부검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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