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거취에 대한 '지도부의 결단'의 목소리가 분출하면서다. 취임을 전후해 '당 주도' '변화'를 강조해온 터라 당내 견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뜻도 존중해야 한다. 11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것은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는 당부이자, 문 대통령의 임명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 안팎의 비판 여론에도 문 대통령의 뜻만 좇을 경우 취임 초부터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어 '최소 1명 낙마'를 청와대에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 초선 집단행동에 운신 폭 커져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는 12일 장관 후보자 3명 중 최소 1명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청와대에 강력히 권고할 것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당 지도부 대신 사실상 초선들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다만 임명 결정권자의 권한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부적격 인사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친문재인계 김영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1명 이상의 후보자들에 대해 결단할 것을 청와대와 지도부에 촉구했다"고 말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초선들의 견해에 "지금은 야당과 중점적으로 대화하고, 여러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의견이 모아지면 우리 당의 ‘분명한 뜻’을 청와대에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 다만 단일한 안을 전달하진 않을 것"이라고 한 것과 다른 결의 발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14일까지는 송 대표도 방향을 정할 것이란 뜻"이라며 "문 대통령이 '국회의 시간'을 준 만큼 청와대에 빈손으로 가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14일은 국회의 재송부 여부 시한이면서 문 대통령과 신임 지도부 만남이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이 후보자 3명의 거취 문제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연계하고 있어 지도부도 뒷짐을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 의지에 부딪혔던 송 대표는 이날 초선들의 집단행동으로 다소 운신의 폭이 커졌다. 이를 계기로 "당청관계를 당 주도로 재정립하겠다"는 공언처럼 청와대에 끌려가는 모습만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7 재·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 이반을 수습해야 한다는 점도 명분이 될 수 있다.
총리 임명 후 '임·박 중 1명 낙마' 시나리오
이에 민주당은 13일에도 국민의힘 등 야당이 김부겸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거부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곧바로 문 대통령이 총리 임명안을 재가한다면 '인사 독주' 비판을 덜기 위해서라도 장관 후보자 3명 중 최소 1명은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총리 임명 이후의 여론까지 살펴야 하겠지만 임혜숙·박준영 중 1명은 정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 패키지딜'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여당 몫인 국회 법사위원장직을 야당에 양보하고 김부겸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약속받을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다. 이에 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총리 국정 공백을 방치하면서까지 장관 후보자 3명 모두를 낙마시키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황에서 양보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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