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경륜'을 앞세운 중진 후보들과 '참신함'을 내세운 초선급 후보들의 경쟁구도가 뚜렷해지며 경선 룰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의 변화를 명분 삼아 국민여론조사 비율을 50%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 경선에선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후보들의 유불리가 갈리는 만큼 입장 차가 첨예하다.
당내 조직력이 약한 초선들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자는 주장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당 존립의 기반인 당원 목소리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여야가 맞붙는 선거가 아니라 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당원투표 비율을 무작정 낮추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화 외치면서 기존 룰 따르는 건 모순"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자는 목소리는 초선들과 개혁 성향 지도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유인하기 위해서도 당 대표 선거에서도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여론조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다. 경선 룰 변경으로 판을 크게 흔들어 보려는 포석인 셈이다.
한 초선의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며 "당내 변화와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기존 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선의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심과 동떨어진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고집하는 건 정권 교체를 걷어차는 것"이라며 "대선을 관리할 당 지도부 선출도 전 지역과 세대의 민심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13일 비대위 회의에서 "더 많은 국민들에게 당 지도부를 뽑는 통로를 활짝 열어줘서 당을 주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대표는 당원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야"
현재까지는 '현재 비율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당 대표 선거만큼은 당원 의사가 존중받고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논리다.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꾸는 것이 원칙에 맞지 않다는 의견과 괜한 당내 분란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중적 인지도에 따른 인기투표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계감도 읽힌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5선의 주호영 의원은 "공직 후보들은 국민의 뜻이 많이 반영돼야 하지만 당 대표는 당원들의 대표를 뽑는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 당은 당원 투표 비중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비해) 가장 낮다"고 반박했다. 4선의 홍문표 의원도 "최소한 현행 '당원 70%, 일반시민 30%' 비율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최근 "당원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힘을 실었다.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잘못하면 '교각살우'가 된다"며 "조심스럽게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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