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부각을 위한 야권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최근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여론조사상 야권 대선레이스에서 '윤석열 독주' 구도가 이어지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으로 링에 오르기 전에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대선 주자들의 다소 무리한 행보에 대해서는 당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에서 백신정치 황교안, 복당 승부수 홍준표
최근 행보를 재개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약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문제를 지목하고, 차별화를 위해 미국까지 다녀왔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11일 오전 미국 워싱턴에서 앤디 김 연방하원 의원과 화상회의를 했고, 김 의원은 그날 바로 해리스 부통령을 만나 우리나라에 대한 백신 지원을 강하게 제안했다고 한다"면서 자신의 방미 성과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복당 선언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21대 총선 당시 탈당했던 홍 의원은 그간 당 밖에서 특유의 페이스북 정치로 존재감을 이어왔다. 당내 대선 경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당 복귀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던 그가 당심 확보 등을 위해 움직일 최소한의 시간을 계산했다는 얘기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은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연일 강조하면서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앞두고 국민의힘 당세가 약한 호남을 나란히 찾는 게 대표적이다. 원 지사는 16일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을 면담한 뒤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고, 유 전 의원도 17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할 예정이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행보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낮은 지지율과 연결돼 있다. 대선을 10개월 정도 남겨두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12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보수진영 대선주자 지지율 중 홍 의원 9%, 유 전 의원 8%, 원 지사와 황 전 대표는 각각 3%였다. 야권 대선주자로 윤 전 총장(23%)이 부상한 이후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흐름이다.
무리한 행보에 내부에서도 우려와 비판 공존
다만 일부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대한 내부의 우려와 비판도 제기된다. 황 전 대표는 지난주 방미 당시 미국 정부 관계자에게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는 서울ㆍ부산ㆍ제주라도 백신 지원을 해달라"고 부탁한 게 알려져 여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 비판까지 받았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아무리 대권 행보가 급했다지만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 국민만 국민이냐. 백신까지도 편 가르기 도구로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의 복당을 반대하는 의원들과 설전을 주고 받는 홍 의원을 향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권주자인 김웅 의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설전을 벌인 게 대표적이다. 그가 '후배뻘'인 김 의원에게 "억지로 핀 꽃", "비열한 뻐꾸기 정치" 등 거친 표현을 쓰자, "체면을 구긴 쪽은 홍 의원"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홍 의원 복당 문제를 두고) 불필요한 언쟁이 벌어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전국지표조사(NBS)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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