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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0채 이상 매입 개인·법인이 수백 곳이라니

입력
2021.05.1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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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최근 2년여간 아파트를 10채 이상 매수한 사람이 630명, 법인이 761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2021년 5월 초까지 아파트를 3채 이상 사들인 개인이 무려 1만8,868명이나 됐다. 같은 기간 아파트를 50채 이상 매입한 법인도 85곳, 100채 이상 매수한 법인은 34곳이었다. 단독과 빌라, 상가로 그 범위를 확대하면 이들이 사재기한 부동산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집을 많이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무랄 순 없다. 헌법도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가 한정된 나라에서 부동산 투기는 망국병이라는 게 국민 공감대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넘치는 유동성과 정책의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고 전세난이 심해지며 부동산은 전 국민의 골칫거리다. 젊은 층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평생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사회라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 집 때문에 모두 고통받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주택을 사재기한 것이라면 법 적용을 엄격히 하는 게 마땅하다. 철저한 자금 출처 조사 등을 통해 탈세나 위법 사항 등은 없었는지 한 점 의혹 없이 검증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도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대출은 옥죄고 세금은 올리는 규제책을 펴 왔다. 심지어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것도 제한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정작 부동산 투기 세력은 이를 비웃으며 주택 사재기를 계속해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동산 정책이 진짜 투기꾼은 못 잡고 실수요자만 잡은 꼴이다. 규제의 부작용은 낮추고 단속의 실효성은 높이는 게 중요하다. 진짜 투기꾼들부터 당장 잡아들이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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