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등 관계정상화 국가 침묵 유지
이란 견제 등 이스라엘 쪽이 실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충돌을 두고 아랍 국가들의 대응이 이례적으로 갈리고 있다. 한마음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했던 과거와 달리,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국가들은 눈치를 살피며 목소리를 줄이는 모습이다. 얼마 전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데다, 이스라엘로부터 얻는 자국의 실익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아랍 연맹 국가들이 이 · 팔 충돌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과 터키 등은 이전과 같이 알아스크 사원의 시위를 진압한 이스라엘에 이번 충돌의 원인이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모로코 등 다른 이슬람 국가는 침묵하고 있다. 특히 UAE는 언론에서 이 · 팔 갈등 관련 뉴스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크리스 도일 아랍-영국 이해위원회(CAABU) 국장은 "일부 국가들이 이 · 팔 충돌에 관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국가들이 입을 닫은 건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주도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기 때문이다. 도일 국장은 "UAE 등 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미래에 더 가치 있을 것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슬람인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보다는, 이스라엘이 주는 실익을 택한 셈이다.
실제로 수니파 국가인 이들이 관계정상화에 나섰던 이유는 이스라엘을 이용해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견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해당 국가들은 역사적으로도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은 데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의 툰브섬을 놓고 이란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자국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던 상황이었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격언처럼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외교관계를 회복한 것이다.
이스라엘로부터 얻는 경제적인 이익도 있다. 미국, 이스라엘, UAE는 지난해 10월 아브라함 기금을 출범했다. 규모는 30억 달러(3조3,900억 원) 이상인데, 모두 중동 지역 개발을 위해 투자될 예정이다.
다만 이스라엘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여전히 큰 것은 문제다. 가디언은 "외교정책과 국민 정서의 괴리가 해당 국가들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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