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많은 유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고개 숙여
국민의힘 지도부가 5월 18일을 맞는 풍경이 달라졌다. 보수당 대표가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할지, 참석한다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동참할지가 관심이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기념식 참석에만 의미를 두었던 과거와 달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위해 사전 연습까지 했고, 여당 지도부와 광주에서 주먹밥 회동까지 가졌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과거 망언으로 성났던 광주 민심도 야당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18일 광주 국립5ㆍ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마지막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시간이 되자, 주먹을 움켜쥐고 아래위로 흔들면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눈을 질끈 감은 김 원내대표는 당시의 의미를 되새기는 듯했다.
김 원내대표는 제창을 위해 며칠간 남모르게 연습까지 했다고 한다. 보수 정당 대표로서 당당하게 화합을 위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기념식 직후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희생당하고 아픔을 당하고 계신 많은 유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과거의 망언 등에 대해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어 "희생당하신 분들, 부상하신 분들 모두 오늘의 민주화를 이끌어낸 주역들이라 생각한다"며 "그분들의 정신을 이어가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는 게 뜻을 받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념식마다 어색하게 조우했던 여야의 모습도 이날은 달랐다. 기념식에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주먹밥 회동'에 김 원내대표가 흔쾌히 응하면서 즉석 조찬회동이 성사됐다. 주먹밥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노점상인 등이 시민군에게 건넨 음식이다. 광주 시민들에게 5월 정신과 연대ㆍ화합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송 대표가 "기념식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저 역시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고 우리는 동지"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을 대하는 광주 시민의 모습도 달라졌다. 기념식에 참석한 김 원내대표가 내민 손을 유가족들이 맞잡으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2019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물세례를 당했던 때와도 비교가 됐다. 당시 황 전 대표는 보수당 대표로 5년 만에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 민심을 달래려 했다. 하지만 5ㆍ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일부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에 분노한 광주 시민들이 마음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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