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 사무국장 등 4명 체포… 서명 주도 다카스는 체포 안 돼
2년 전 ‘평화의 소녀상’ 등을 전시한 ‘아이치현 트리엔날레’를 개최한 지자체장을 끌어내리겠다며 소환운동을 벌였던 단체의 사무국장과 관계자들이 19일 체포됐다. 지난해 전개된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 주민소환운동에 쓰인 서명 83%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이치현 선관위의 의뢰로 현 경찰이 지난 2월 수사에 착수한 지 3개월 만이다.
19일 아이치현 경찰은 오무라 지사 소환운동에 사용된 서명을 위조한 혐의로 ‘아이치 100만 명 리콜의 모임’ 사무국장이었던 다나카 다카히로(59) 등 4명을 지방자치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하순께 아이치현 내 유권자들의 이름을 도용해 서명부에 적도록 아르바이트생에게 지시하거나 직접 서명을 위조한 혐의다. 아사히신문은 다나카 용의자가 체포 전 “예상만큼 서명이 모이지 않아 조바심이 났다”며 나고야의 광고회사에 “서명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소환운동 단체 대표로 운동을 주도했던 다카스 가쓰야는 체포되지 않았다. 일본의 유명한 성형외과 체인을 보유한 재력가 다카스는 평소에도 방송 출연이나 트위터를 통해 극우적 시각을 적극 드러냈던 인물이다. 지난해 8월 이 단체를 설립해 오무라 지사 소환운동을 주도했으나 지난해 말 서명 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자신은 몰랐다며 발뺌해 왔다. 그는 사무국장이 체포된 후 마이니치신문의 취재에 “최종 책임은 다 나한테 있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비합법적인 (방법을 쓴) 것은 괘씸하지만 리콜 운동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말로는 책임을 진다면서도 불법적 서명 위조는 몰랐다는 투다.
다카스 원장 등 우익 세력이 오무라 지사를 겨냥하게 된 것은 2019년 8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렸던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때문이다. 당시 기획전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한 몇몇 작품에 대해 일본 우익 세력은 1만 건이 넘는 협박 전화와 이메일로 테러 예고를 보내는 등 소동을 벌여 전시가 중단됐다. 이후 일본의 시민사회와 예술계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주최 측은 폐막 1주일을 남기고 다시 전시를 재개했다. 그러자 우익들은 전시 재개를 결정한 오무라 지사를 직접 겨냥했고, 다카스 원장 같은 ‘거물’이 합세해 오무라 지사 주민소환운동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떠들썩했던 소환운동마저 83%의 서명을 위조한 ‘조작’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밝혀지며 일본 우익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때 자신도 넷우익이었으나 돌아선 후 가장 적극적으로 넷우익을 비판하고 있는 작가 후루야 쓰네히라(古谷?衡)는 “보수파의 중진과 논객이 공동 회견까지 하고 넷우익이 부화뇌동한 이번 서명 운동은, 보수파에 의한 유사한 활동이 앞으로 사회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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