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
"신선한 질문... 공부 많이 한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아 '반도체 공부'를 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1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별의별 질문을 다 해서 기억을 다 못하겠는데, 신선한 질문들을 했다. 상상력이 뛰어난 학생 같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17일 서울 관악구의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아 반도체 분야 석학인 이 소장과 정덕균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를 만나 3시간 동안 반도체 특별 강의를 들었다.
윤 전 총장은 방진복을 입고 연구소 내 생산공장(팹) 내부를 둘러봤다. 이 소장의 얘기. "국회의원 같은 VIP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팹 안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방진복을 머리까지 뒤집어써야 하다 보니 헤어스타일이 망가지니까 꺼려 하는데, 윤 전 총장은 들어가 보겠다고 했다."
이 소장은 당시 상황을 들려 주다 잠시 웃었다. "윤 전 총장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 사이즈를 몰라서 '엑스라지'(XL) 사이즈 방진복을 가져다 놨는데, 너무 작았다. 그래도 괜찮다고 해서 겨우 껴입고 팹을 30분 이상 둘러봤다."
윤 전 총장은 "웨이퍼 크기가 몇 인치인가" "이게 바이든 대통령이 들었던 웨이퍼인가" "기판과 웨이퍼, 포토레지스트는 무슨 뜻인가"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 소장은 "문과(서울대 법학과)인데도 반도체에 대해 기술적으로 아카데믹하게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았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반도체 정책과 관련한 자문도 구했다고 한다. 이 소장은 "중국 반도체 인력이 국내보다 많다는 점을 비롯해 윤 전 총장이 언론에 나온 수준의 내용은 다 알고 있었다"면서 "반도체 전문가들을 만날 때 이야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물어봤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정 교수에게 "반도체 공부를 하고 싶다"고 갑자기 연락한 뒤 혼자 나타났다고 한다. 이 소장은 "운전기사 말고는 다른 사람은 전혀 따라오지 않았다"며 "소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