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나 화력 발전소 등에서 연소할 때 나오는 대표적인 대기 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NO₂)가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2∼2015년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에 거주하며 파킨슨병 이력이 없는 40세 이상 성인 7만8,830명의 대기오염 노출 정도와 파킨슨병 발생을 9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제공하는 25개 자치구 대기 오염 물질 수치를 기반으로 이산화질소, 미세먼지(PM10, PM2.5), 오존(O3), 이산화황(SO2), 일산화탄소(CO) 등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평가하고 이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추적 기간에 파킨슨병을 새로 진단받은 사람은 338명이었다. 연령과 성별, 질병 등 파킨슨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보정한 결과, 이산화질소 노출이 가장 많은 상위 25% 성인에서 파킨슨병이 발생할 위험이 이산화질소 노출이 가장 적은 하위 25% 성인보다 1.41배 높았다.
이산화질소 외에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황, 일산화탄소는 파킨슨병 발생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산화질소는 내연기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대기 오염 물질로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일수록 대기 중에 많이 섞여 있다.
특히 서울은 세계 80개 주요 대도시 중 이산화탄소 대비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세 번째로 높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런던ㆍ시카고 등 선진국 대도시보다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2배 정도 높다.
연구팀은 코로 흡입된 이산화질소가 콧속 후각신경에 독성 작용을 일으키고 뇌 염증을 유도하거나, 뇌로 전달된 이산화질소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를 일으켜 파킨슨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비롯한 다양한 뇌 신경세포가 사멸해 떨림ㆍ경직ㆍ보행장애 같은 운동 증상과 치매ㆍ망상ㆍ우울증ㆍ자율신경장애ㆍ수면장애 등의 비운동 증상을 보인다.
발병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유전 요인과 함께 살충제ㆍ제초제ㆍ금속ㆍ기타 독성 물질 등 환경 요인도 파킨슨병의 중요한 발병 인자로 제시돼 왔다.
정선주 교수는 “지금까지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는 대부분 북미와 유럽에서 시행돼 우리나라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에서 국내 인구를 기반으로 이산화질소와 파킨슨병 발생의 연관성이 처음 확인된 만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환경 정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JAMA)가 발간하는 신경학 분야 학술지인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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