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여러분의 주식 계좌는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25년 연예 전문기자 김범석씨가 좌충우돌하며 겪은 스타들의 이야기와 가치투자 도전기를 전해드립니다.
"저렇게 예쁘고 돈도 잘 버는데 왜 결혼을 안 해? 눈이 높은 거겠지?" 연예부 기자가 귀에 피가 나도록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현빈은 실제로 봐도 얼굴이 작지?" "그 배우가 이혼한 게 진짜 그 이유 때문이야?" 같은 질문도 빠지면 서운하다.
이 중 으뜸은 바로 여자 연예인들의 결혼 여부를 둘러싼 궁금증이다.
'돈, 미모, 인기를 다 가졌는데 왜 혼자 살까?' 기자도 연예부 막내 시절 굉장히 의아했다. 그러나 20년 넘게 그들의 삶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며 쉽게 말 못 할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둘 알게 됐다.
뭔가 대단한 비밀이 숨어있을 것 같지만 크게 두 가지다.
일에 치여 살며 결혼을 2순위로 미뤘다가 자기도 모르게 적령기를 훌쩍 넘긴 경우가 첫 번째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마흔을 넘겨 사랑 없는 결혼을 하긴 싫고 자연스럽게 비혼주의가 된 경우다. 이들은 당장이라도 운명 같은 남자를 만나면 연애할 준비가 돼 있고 결혼과 출산을 위해 난자를 냉동시켜 놓은 사람도 있다.
"연애할 시간이 없었어요." "대시하는 남자가 없네요. 저도 이유는 모르죠. 그걸 알면 여태 혼자겠어요?" 이런 답이 뻔한 내숭이 아니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좀 서글픈 이유다. 바로 가족과의 해묵은 갈등 탓이다. 평범한 집에서 연예인이 한 명 나오면 그날로 당장 '비포장 끝, 아스팔트 시작'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게 아이러니한 세상 이치다.
드라마와 영화 주인공으로 신분 상승하고 매년 평균 4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 웬만한 중소기업 부럽지 않은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데 꼭 이럴 때 부모나 형제가 '갑툭튀' 사고를 친다.
처음엔 뒤에서 묵묵히 딸과 동생을 응원해주다가 다니던 회사를 슬그머니 그만두고 운전이나 잔심부름을 돕다가 요식업이나 스크린 골프장 같은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주방 설거지나 홀서빙 경험도 없이 명품 옷 차려입고 카운터를 차지하고 싶은 심리다.
자식이 주는 용돈으로 친구들과 북한산이나 백화점 문화센터를 다니면 좋으련만 이런저런 단톡방을 개설하며 모임을 주도하고, 골든벨을 울리는 것도 모자라 자수정 채굴, 블록체인 다단계 사업 제안서를 가져와 딸에게 내미는 일도 벌어진다.
"아빠, 이런 거 사기니까 휩쓸리지 마세요." "엄마,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에요"라며 옐로 카드를 꺼내며 호소하지만 어쩌겠는가. 피를 나눈 부모이고 돈이 없으면 모를까 여유도 생겼는데 이웃과 친척들의 시선 때문에 밑 빠진 독인 줄 알면서도 자본금을 대줄 수밖에. 이럴 때 남동생도 요즘 헌팅 포차가 대세라며 슬쩍 숟가락을 얹기 마련이다.
이런 딜레마에 빠진 여자 연예인들은 보통 결혼을 통해 가족으로부터 탈출을 꾀한다.
속사정을 아는 선배 연기자, 흔히 '청담동 마담뚜'라 불리는 전문 소개인 등을 통해 돈 많은 사업가나 전문직 종사자를 소개받지만, 대개는 불장난으로 끝난다. 그들과 결혼까지 못 가는 결정적 이유는 그녀의 가족이 끝까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딸과 누나의 수입에 의존해 온 가족이 자신들만 먹던 파이를 나눌 새 손님을 반길 리 없다.
정말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간절한 남자라면 그녀의 미래 수입에 일절 관심을 갖지 않겠다는 서약과 함께 매달 고정 소득이 발생하는 부동산을 부모에게 제공하고 공증까지 받아야 그나마 상견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최근 불거진 한 개그맨의 가족 갈등도 곪아 터져 세상에 알려진 것일 뿐 연예계에선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일이다. 예로부터 천석꾼은 천 가지, 만석꾼은 만 가지 고민이 있다는 말은 그래서 정답이다.
속사정은 다르지만 도박에 빠진 엄마와 의절한 가수 A, 빚투에 휘말린 모친과 불편한 사이임을 밝힌 B가 모두 소녀 가장 콤플렉스를 보여준 씁쓸한 사례다.
공개되지 않았을 뿐 40~50대 골드 미스 연예인 중 상당수가 스무살 데뷔 초부터 집안 경제를 책임져왔고 오래도록 가족과 불화를 겪고 있다. 한 여성 탤런트도 돈 문제로 속 썩인 아버지와 의절한 채 살다가 부친상을 치르며 회한의 눈물을 흘려 많은 이를 짠하게 했다.
이렇게 가족을 먹여 살리는 골드미스 연예인들을 보면 지주사와 자회사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골드미스 연예인을 집안의 대들보인 지주회사로, 부모와 형제들은 그에게 속해 있는 자회사로 바꿔 생각해볼 수 있다.
이들이 각자 영역과 주어진 환경에서 착실하게 산다면 가족의 평화가 보장되지만, 자회사들이 학업에 뜻이 없거나 지주회사에 계속 손만 벌린다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고 연쇄 부도를 피할 수 없다. 모두 쪽박을 차게 되는 것이다.
홀딩스라는 이름이 붙은 지주회사는 자회사들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일종의 관제탑 같은 곳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주회사의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머물고 있는 지주사들도 몇몇 눈에 띈다. 이렇게 지주회사들의 주가가 개별주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이유는 자회사 꾸러미에 원치 않는 상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연예인도 세월과 트렌드 변화 앞에선 장사 없다. 혁신하지 않으면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아무리 잘나가는 화장품 모델이라도 나이가 들면 기초에서 색조, 미백, 주름 개선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더 젊고 예쁜 대체재들이 호시탐탐 언니들의 자리를 노리고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벌어놓은 게 많은 골드미스일수록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지므로 자산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마음이 더 급해지게 마련이다.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알짜 자회사를 둔 지주회사를 선별해 주목해보자. 바이오와 통신, 건설 등 개별 투자 아이디어가 없다면 SK 같은 지주사 주식을 보유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물산과 LG, 효성도 한화, SK와 함께 시가 총액 기준 빅5 지주사이므로 관심 종목에 넣어놓고 폭락이나 하락장일 때 기회를 노려보자.
최근 많은 지주사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었지만, 올 초부터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배당 수익률이 5%가 넘는 지주사라면 투자를 망설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
장차 시세 차익과 두둑한 배당까지 챙길 수 있는 지주사 투자는 남들이 꺼리는 곳에 기회가 있다는 역발상 투자의 좋은 기회다. TV나 스크린에 골드미스 꽃누나들의 활약이 펼쳐지면 두 번 칠 박수를 세 번, 네 번 쳐준다. 그들의 고단함과 고군분투를 알기에.
김범석 전 일간스포츠 연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