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격리 장병에게 제공되는 급식 부실이 반복되자 20일 지휘관회의를 다시 소집했다. 앞서 이 문제를 다룬 지휘관회의에서 장병 처우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은 게 지난 7일이다. 이후에도 폭로가 끊이지 않을 만큼 대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자 지휘관들을 다시 부른 것이다. 명령과 복종으로 유지되는 군에서 영(令)이 서지 않는 모습은 놀랍고 우려스럽기만 하다.
국방부 대책 발표 이후인 16일 계룡대 예하부대에서 ‘오징어 없는 오징어 국’이 폭로됐고, 19일에는 강원 홍천 11사단에서 ‘못 먹어서 서럽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계룡대 장병이 SNS에 공개한 배식 판에는 문제의 오징어 국과 밥, 볶은 김치, 조미 김이 전부였다. 국방부는 김치와 달걀부침이 추가 배식됐다고 해명했으나 이마저 허위 해명이었다. 토마토로 배를 채웠다는 11사단 장병의 배식 판에는 밥과 국, 삼치조림 한 토막, 방울토마토 7개만 있었다.
과거엔 쌀과 고기가 부족했다지만 그렇지 않은 지금 이처럼 장병들을 대한다면 국민은 허탈감만 느낄 뿐이다. “살면서 못 먹어서 서러워 본 적 있느냐”는 장병의 안타까운 물음에 군은 답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강력한 방역이 불가피한 군으로선 격리 장병이 2만 명에 달하는 초유의 사태로 부담이 클 것이다. SNS로 전해진 격리 병사 실태도 과장된 사례가 적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공개한 검수된 식단조차 정상적인 급식이라고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다.
예하부대 일을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군이 장병의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신뢰는 무너지고, 사회적 공분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방부가 부실 급식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현장 지휘관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주문했음에도 같은 사건이 재발하는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님을 보여준다. 군기가 안 잡히는 급식체계의 구조적 문제까지 들여다보고 장병들이 체감하는 개선점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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