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와 증여세, 비슷한 세금에 걷는 방식 달라 왜곡
"'받는 만큼 세금 내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합리적"
"연부연납 기간도 연장해 기업 부담 줄여야"
현재의 상속세 체계가 굳어진 지난 2000년 이후 20여 년간에도 상속세 수정과 보완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지만 여전히 높은 여론의 벽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제안된 해법부터 차분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상속세 납부 방식을 피상속인 기준인 '유산세'에서 상속인을 기준으로 삼는 '유산취득세'로 바꾸자는 제안이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나왔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019년 발표한 재정개혁보고서를 보면, 당시 위원들은 “상속자산 전체에 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을, 각각의 상속인이 받은 재산마다 별도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 제안의 논리는 ‘공평과세’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 전 단계에서 세금을 매긴 뒤 재산을 배분하기 때문에 실제 적은 재산을 받은 상속자라도 받는 재산에 비해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한계를 지적 받았다. 이 때문에 상속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거나, 장남 등 특정 상속인에게 부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상속세와 비슷하게 재산을 물려줄 때 세금을 내는 증여세는 실제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만 세금을 매긴다. 유사한 형태의 세금이지만 걷는 방식은 각각 다르다 보니 이를 이용한 조세 회피가 생길 수 있다.
당시 특위에 참여했던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사실상 같은 세목인 상속세와 증여세가, 걷는 방식은 이원화돼 있다 보니 왜곡이 생길 수 있다”며 “최근 증여세가 급증하는 것도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이 실제 받은 재산에만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더 합리적이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개인에게 과세하기 때문에 미성년자나 노인 등 특정 계층에 공제 혜택을 주기에도 유리하다. 다만 현재의 세율·과세 구간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유산취득세로 방식만 바꾼다면 국가 입장에선 세수가 줄어들 단점도 있다.
이미 해외에서도 이 같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국가가 대표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산세 방식을 쓰는 나라는 한국 외에 미국, 영국 등이다.
상속세의 분할 납부(연부연납) 기간도 개편 대상으로 꼽힌다. 세금을 장기간에 걸쳐 낼 수 있도록 하면 상속세를 깎지 않아도 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는 기업은 최대 20년간 연부연납이 가능한데, 대신 상속 후 7년간 업종 변경을 최소화하고, 고용이나 총 급여를 유지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일반 상속재산은 5년간만 연부연납이 가능하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가 12조 원에 달하는 만큼 연간 2조 원 이상 세금을 내야 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경총은 이에 일반상속의 연부연납은 최대 10년으로,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최대 30년으로 늘리자고 제안한다. 일본은 부동산은 최대 20년, 동산은 최대 10년까지 분할 납부가 가능하고, 미국이나 독일, 영국 등도 분할 납부 기한이 최대 10년인 만큼 한국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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