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의해 대선 주자로 부상한 최재형 감사원장이 20일 언론에 “(입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명확히 선을 긋지 않음으로써 대선 출마에 열려 있는 속내를 내비쳤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현직 감사원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처신이다. “대선 출마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 감사원이 정치적 오해와 공방에 휩싸이는 일을 막아야 한다. 만약 정치에 뜻이 있다면 하루빨리 감사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물론 최 원장을 끌어들인 것은 정치권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은 19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최 원장을 호명하며 “당 밖 유력 주자들에게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21일 김기현 원내대표도 “대권 잠룡의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최 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을 지목했다.
논란을 키우는 것은 최 원장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최 원장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를 벌이며 정권과 각을 세운 일을 배경 삼아 그를 야권 주자로 띄우려는 것인데 최근 최 원장이 여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검찰총장 역시 대선 출마를 암시하며 사퇴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최 원장은 그만한 사퇴 명분조차 없다.
감사원장이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감사원이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감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최 원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사정기관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일이다. 최 원장은 공직의 무거움을 자각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출마 의사가 있다면 감사원장에서 물러나는 것이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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