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지침 완전 해제 가능성
'백신 허브' 구축, 신산업 분야 협력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새벽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1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만남에서 두 정상은 3차례 별도 회담, 공동기자회견까지 약 4시간을 함께했다. 양국에서 정권교체 이후엔 동맹 현안에 대한 온도 차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한미는 정상회담을 통해 이견을 해소해왔다. 이번에도 두 정상은 전향적인 공동성명서를 채택하며 동맹복원에 대체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임기 1년을 남겨둔 문 대통령으로선 한미 정상 간 친밀감과 돈독한 유대를 맺은 것도 소중한 자산이다.
무엇보다 회담의 큰 성과는 두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수용하고, 남북 판문점 선언까지 존중키로 한 내용이다. 바이든 정부는 그간 비판해온 트럼프 정부의 연장선에서 대북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여기에 판문점 선언까지 존중키로 한 것은 문 대통령이 원하는 독자적 남북협력의 여지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긍정적 움직임이 대북제재 완화로 이어진다면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다시 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북한도 미국의 접촉 제의는 물론 남북 협력에 호응할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은 한미 미사일 지침의 완전 해제에도 합의했다고 한다. 미사일 주권을 확보한 문 정부는 거리제한 없는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졌으나 중국, 일본의 반발도 우려된다. 미사일 지침은 42년간 4차례 개정되며 사거리 800km 제한 규정만 남아 있었다. 문 대통령은 한미 현안인 전시작전권 전환이 가속화되도록 각별한 관심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반응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간 안보협의체인 쿼드와 관련, 중국 견제 성격을 고려해 거리 두기를 해왔는데, 두 정상은 역내 협력을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는 데 합의했다.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 간 연계협력이란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쿼드의 분야별 협력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미 관계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산업동맹 수준으로 확대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 LG 현대차 SK가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공개하고 있고, 미국 백신업체 모더나, 노바백스는 백신의 한국 위탁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두 정상은 코로나19 백신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도 알려져, 백신 허브로 도약하려는 한국에 새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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