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최규선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모야모야병은 혈관이 담배 연기처럼 모락모락(일본어로는 ‘모야모야’) 피어 오르는 모습을 본떠 병명이 정해졌다.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이 늦어지면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발병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건강검진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뇌 영상 촬영이 늘면서 모야모야병 진단도 증가했다. 증상이 없는 모야모야병 환자 가운데 뇌경색이나 뇌혈류 이상이 20~40%나 나타났다. 혈관 재형성 수술을 받으면 뇌경색ㆍ뇌출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혈관 질환 치료 전문가’인 최규선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최근 증상이 없는 성인 모야모야병이 계속 늘고 있지만 문제 없는 ‘침묵의 병’이 아니다”라며 “적절한 시기에 수술하는 것이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모야모야병은 낯선 병인데.
“모야모야병은 머리 속 두개강 내부의 내경동맥(內頸動脈ㆍinternal carotid artery) 말단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좁아지면서 뇌동맥(중대뇌동맥, 전대뇌동맥)을 막아 뇌기저부에 비정상적인 혈관 망이 생기는 병이다. 1969년 일본 스즈키ㆍ다카쿠 박사가 내경동맥 말단부 협착과 함께 뇌기저부에 담배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양의 혈관 망이 생긴 것을 보고 이같이 병명을 정했다.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극동아시아에서만 많이 발생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가족형 모야모야병의 유전자 위치가 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유전 방식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정 유전자 하나 혹은 여러 유전자, 환경 요인으로 발병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른과 어린이 환자의 발병 양상이 다르다는데.
“어린이 모야모야병 환자는 대부분 일시적 뇌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과성 허혈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ㆍTIA)이나 뇌경색이 발생한다. 반면 성인 모야모야병 환자는 뇌출혈이 50% 정도 발생하고, 나머지 50%는 어린이 환자처럼 일과성 허혈 발작이나 뇌경색이 생긴다. 어린이 환자는 울거나 운동하거나 뜨거운 음식 먹을 때 과호흡이 나타나 말을 못 하거나 마비된다. 과호흡을 멈추면 곧 회복된다. 그러나 성인 환자는 일과성 허혈 발작보다 뇌경색이나 뇌출혈 중에서 한 가지 증상만 나타나거나 뇌경색과 뇌출혈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성인 환자에게서는 2개의 내경동맥 가운데 한쪽에서만 병이 생기는 일측성 모야모야병이나 무증상 모야모야병이 많다. 성인 모야모야병 환자는 뇌출혈이 생겨 진단이 빨리 되지만, 어린이 환자는 대부분 일과성 허혈 발작이나 뇌경색에 머물러 병을 인지하기 어렵다.”
-모야모야병 종류와 증상은.
“허혈성 모야모야병은 주로 어린이 환자에게서 나타나지만 젊은 성인 환자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대뇌동맥 내경동맥 일부가 막히면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으면서 생기는 ‘혈류 역학 뇌경색(hemodynamics cerebral infarction)’이 모야모야병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원인이다. 대뇌동맥 경계 부위에서 많이 생긴다. 성인에게서는 일시적인 허혈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마비ㆍ언어 장애 등이 비교적 약한 뇌경색이 나타날 때가 대부분이다.
출혈성 모야모야병의 경우 뇌실(뇌 속에 있는 4개의 서로 연결된 빈 공간)과 그 주변 백질(뇌와 척수에서 희게 보이는 부분)에서 주로 뇌출혈이 일어난다. 그리고 뇌엽과 뇌 지주막하(蜘蛛膜下ㆍ뇌와 척수 사이에 거미줄처럼 생긴 공간)에서도 간혹 발생한다. 모야모야 혈관과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혈관에 오랫동안 혈류 역학적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혈관 내벽이 닳아 지질유리질증이나 미세 동맥류가 생기고 이에 따라 뇌출혈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야모야병 진단과 치료법은.
“뇌혈관조영술이 가장 확실한 진단법이다. 최근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A)이나 자기공명영상(MRI)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 3.0T MRI로 시행하면 이전보다 90% 이상 정확히 진단한다. 다만 모야모야병과 감별이 어려운 동맥경화성 혈관 협착이 있는 고령 환자와 모야모야 혈관이 없는 초기 또는 이미 혈관이 없어진 말기 모야모야병이면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치료법은 허혈성 어린이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면 혈관 재형성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성인 환자도 많은 연구에서 혈관 재형성 수술 후 일과성 허혈 발작과 뇌경색이 크게 줄었다. 성인 환자가 뇌출혈이 발생하면 6.8~20%가 사망한다. 뇌출혈이 다시 발생하면 예후가 더 나쁘고 사망률도 높아진다. 재출혈을 예방하려면 수술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
CT나 MRI 검사에서 우연히 모야모야병이 발견됐을 때 뇌경색이나 뇌혈류 이상이 있는 환자가 20~40% 정도였고, 무증상으로 관찰 중인 환자에게서 일과성 허혈 발작이나 뇌경색, 뇌출혈이 발생했다(일본 다기관 연구 조사). 그렇지만 혈관 재형성 수술을 받으면 이들 환자에게서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무증상인 모야모야병일지라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제때 수술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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