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州-연방교육부 '표준화시험' 실시 갈등
코로나19로 2년째 파행 운영... 찬반 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는 학력 격차 확대다. 이 문제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학교가 폐쇄되고 등교 수업이 중단되자 비대면 원격수업이 이어졌지만 학력 차이는 벌어졌다. 지난 3월을 전후해 대부분의 주(州)에서 등교 수업이 재개되기는 했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의 온라인 수업을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이 달랐고, 그 결과가 학력 차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봄학기 각 주별 일제고사 형식으로 실시되는 ‘표준화시험(Standardized Test)’ 시행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AP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시험은 학생의 학력 수준을 확인하고, 학교의 수업 효과를 측정해 개인과 인구통계별로 분석하고 교육 대책을 실행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후유증이 여전한 교육 여건에서 꼭 시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미국에서 학교 일제고사를 둘러싼 공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존재했다. 자녀들의 학업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시험이 필요하다는 측과 자녀들에게 그런 시험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갈려 있었다고 AP는 설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시험 실시 여부는 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난해 봄 시험이 취소된 뒤 일부 주에서 올해까지 2년 연속 표준화시험 완전 취소를 요구했지만 미 교육부는 이를 거부했다. “팬데믹이 교육에 미친 영향을 측정하고 학생들의 회복을 도울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시험의 목표”라고 교육부는 밝히고 있다. 다만 시험 완전 정상화까지는 어려운 만큼 가능한 많은 학생에게 시행하라는 원칙을 세운 정도다. 88%의 학생이 원격수업 중인 수도 워싱턴의 경우 표준화시험 취소를 허가하기도 했다.
시험을 반대하는 쪽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고, 유의미한 비교 평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응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아칸소와 테네시주의 경우 거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형 학군은 시험을 신청한 극히 일부 학생만 시험을 치르게 했다. 또 다른 학군에서는 문제와 과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 패어팩스카운티 교육청도 이달 들어 순차적으로 표준화시험인 학습기준(SOL)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험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전체적으로 통일된 잣대가 없는 만큼 표준화시험 결과로 미국 전역의 학력 수준과 격차를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시대 모든 나라 교육계의 고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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