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아랍 주민 오랜 갈등으로 내전 위험
정부의 차별 정책에 아랍계 불만도 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까스로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내부 민족갈등’이란 새로운 적을 맞닥뜨렸다. 유대계와 아랍계의 해묵은 반목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두 민족이 공존하는 이스라엘 도시 모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있어 내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민족갈등의 중심에 있는 ‘토라 뉴클리어스(유대교 율법 중심)’ 활동을 주목했다. 토라 뉴클리어스는 아랍 주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 이주해 유대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유대인의 종교ㆍ민족주의 사업을 말한다. 이들은 무슬림, 유대인 가리지 않고 지역사회 가난을 걷어내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하지만, 아랍인들은 이들을 ‘침략자’라 부르며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무단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스라엘 중부 도시 ‘로드’는 최근 토라 뉴클리어스 활동으로 유대ㆍ아랍계 간 갈등이 급증했다. 인구 8만 명의 로드에는 40%의 아랍계 주민이 산다. 조금씩 쌓였던 양측의 대립은 이ㆍ팔 무력충돌 기간 대규모 폭력으로 변질됐다. 아랍 주민 수백 명이 거리로 나와 돌을 던지고 차를 태우는 등 분노를 표출하자, 유대인들 역시 “좀 더 유대문화가 스며든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강하게 맞섰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계 주민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졌고, 유대인 남성도 아랍계의 집단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스라엘 3대 도시로 꼽히는 하이파와 오랜 항구도시 야파 등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에서 토라 뉴클리어스 활동이 계속될 경우 내전의 불씨는 계속 타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스라엘 정부가 수십년 동안 시행해 온 유대ㆍ아랍인 차별 정책에 대한 아랍인들의 뿌리 깊은 반감까지 더해져 지역 정세를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로드 등 아랍ㆍ유대인이 섞여 사는 도시들은 로켓포 공격에 직접 노출되지는 않겠지만, 내부에서 불 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진정한 공존은 없다. 우리는 항상 이등(시민)이었다”라는 하이파 아랍계 주민 인터뷰를 전하며 불신의 골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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