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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에너지원 커피찌꺼기, 국내는 수거 시스템도 없다

입력
2021.05.25 14: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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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도 많은 커피찌꺼기가 발생한다. 커피찌꺼기를 재생에너지로 재활용하는 방안이 국내에서도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커피 한 잔에도 많은 커피찌꺼기가 발생한다. 커피찌꺼기를 재생에너지로 재활용하는 방안이 국내에서도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원두 한 알에서 커피로 추출되는 비중은 단 0.2%. 아메리카노 한 잔(약 300㎖)을 만들 때마다 약 15g의 커피찌꺼기가 발생한다.

2019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커피찌꺼기만 약 14만9,038톤에 이른다. 생활폐기물인 이 커피찌꺼기를 소각할 때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약 5만374톤(1톤당 약 338㎏)으로 소나무 7,696그루가 사라진 것과 맞먹는 양이다. 또 매립한다 해도 카페인 성분 탓에 토양을 오염시킨다.

커피찌꺼기는 이미 유럽에서 재생에너지로 가치가 높지만, 국내에서는 배출 및 수거 체계가 없어 활용이 뒤처진 분야다.

커피찌꺼기가 바이오에너지로 주목받는 이유는 에너지열량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바이오에너지 연료인 목재 펠릿의 발열량이 ㎏당 4,300㎉인데, 커피찌꺼기는 약 5,648.7㎉이다. 중금속 등 불순물이 섞이지 않고, 일산화탄소와 분진 배출량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스위스 정부는 대표적인 커피 제조업체인 네슬레와 함께 커피찌꺼기를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수거기관이 각 카페의 커피찌꺼기를 수거하면 이를 네슬레에서 펠렛으로 만들어 공장을 가동하는 식이다. 영국 런던 역시 시내 카페에 커피찌꺼기 수집기를 배치하고 이를 수거해 관련 스타트업에 연료펠렛 원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순환'의 창고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수거한 커피찌꺼기가 보관돼 있다. 비료, 활성탄, 컵 등을 만든다. 원료로서 커피찌꺼기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수거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발생량에 비해 재활용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유리 PD

지난달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순환'의 창고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수거한 커피찌꺼기가 보관돼 있다. 비료, 활성탄, 컵 등을 만든다. 원료로서 커피찌꺼기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수거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발생량에 비해 재활용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유리 PD

한국에서도 연구 성과가 있다. 2019년 한국기계연구원은 커피찌꺼기를 석유와 같은 바이오원유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커피찌꺼기를 급속 열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기 성분의 증기를 모아 냉각시키는 원리다. 스타트업인 포이엔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연료전지를 개발 중이다. 나아영 포이엔 대리는 “기술 개발이 완료되는 2023년 이후 서울 성동구와 함께 공공시설물 야간조명 설치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용화에는 아직 제약이 많다. 커피찌꺼기 분리수거 체계를 갖춘 지방자치단체가 없는 데다, 커피찌꺼기 배출에 비용을 부과하지 않아 쉽게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ㆍ스위스 정부가 커피찌꺼기 자원화를 위해 유기성폐기물 매립에 상당한 매립세를 부과하는 것과 상반된다. 현행 자원순환기본법 시행령이 커피찌꺼기 같은 유기성폐기물을 사료나 비료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규정한 것도 장애물 중 하나다.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커피찌꺼기는 분리배출 체계만 잘 구축돼도 단순 유기성폐기물이 아닌 바이오에너지 순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태양광ㆍ풍력에만 집중된 정부의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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