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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결속 불쾌한 中, 외교수장 양제츠 러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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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결속 불쾌한 中, 외교수장 양제츠 러시아로

입력
2021.05.25 15: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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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25일 전략안보협상, 올해 우호조약 20년
①中, 미국 견제 필요할 때면 러시아 밀착 반복
②백신, 군사, 우주, 원전...한계 없는 광폭 협력
③발트해 리투아니아, 中과 협력체 탈퇴 일격

시진핑(화면 위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화면 위 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중국 장쑤성 톈완 원전과 랴오닝성 쉬다바오 원전 착공식을 화상으로 참관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시진핑(화면 위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화면 위 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중국 장쑤성 톈완 원전과 랴오닝성 쉬다바오 원전 착공식을 화상으로 참관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는 최대 위협이다”(4일 G7 외교장관)
“중국과 이보다 좋을 수 없다”(3월 러시아 외무장관)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楊潔?) 공산당 정치국원이 24일 러시아로 향했다.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결속을 과시한 지 이틀 만이다. 미국과 껄끄러울 때마다 우방 러시아와 밀착하는 중국의 ‘외교 패턴’이 다시 반복됐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일본 정상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면회담을 앞두고 있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회담 맞상대로 누구를 택할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①美 의식한 견제 타이밍

양제츠(왼쪽 세 번째)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3월 18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앵커리지=로이터 연합뉴스

양제츠(왼쪽 세 번째)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3월 18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앵커리지=로이터 연합뉴스

양 정치국원은 25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제16차 중러 전략안보협상에 나선다. 2019년 12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지난 19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전화통화 이후 일주일도 채 안돼 양국 최고위급 인사가 접촉하는 셈이다.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중러가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대미 견제 카드로 러시아를 적절히 활용해왔다. 3월 18일 미국과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설전을 주고받은 닷새 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구이린으로 초청해 전열을 다졌다. 당시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해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탄압에 맞서 미국과 동시다발 제재를 가할 때였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서구의 압박과 적개심은 중러 양국을 더 가깝게 한다”며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해 미국에 도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②”한계가 없다”, 전방위 광폭 협력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3월 23일 중국 구이린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팔꿈치 인사하고 있다. 구이린=AP 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3월 23일 중국 구이린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팔꿈치 인사하고 있다. 구이린=AP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는 올해 7월 선린우호협력조약 체결 20주년을 맞는다. 양국의 협력 범위는 한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팽창하고 있다. 최우선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안보다. 양국 모두 ‘백신 외교’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는 국제 영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다. 중국은 2억6,000만회 분의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을 생산하기로 했다.

2019년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로 인한 전략적 틈새를 어떻게 메울지도 관건이다.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가 지역정세에 미칠 영향도 관전 포인트로 부각됐다. 미국이 4개국 안보협력체 쿼드(Quad)를 확장한다면 중국은 러시아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구도다. 미군 아프가니스탄 철수, 팔레스타인 사태 등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 양국의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는 주제다.

중국 화성탐사선 톈원 1호에서 분리된 탐사로봇 주룽이 19일 지구로 보내온 화성 표면 사진. 베이징=신화 뉴시스

중국 화성탐사선 톈원 1호에서 분리된 탐사로봇 주룽이 19일 지구로 보내온 화성 표면 사진. 베이징=신화 뉴시스

중국 톈원(天問) 1호 화성 착륙으로 우주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미국 주도 서방 8개국이 2024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협정에 중국과 러시아는 공동 우주정거장 건설로 맞서고 있다. 양국 정상은 화상 연결을 통해 원전 착공식을 함께 참관하며 에너지 협력과 연대를 강화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앞당길 수도 있다. 추이헝(崔珩) 화둥사범대 러시아연구센터 연구원은 “양측 최고지도자 간 연내 방문의 구체적 내용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지난해 말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외국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푸틴 대통령이 중국에 방문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③中 발목 잡은 인구 280만 소국의 반란

중국의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4개국 협의체 쿼드. 그래픽=송정근기자

중국의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4개국 협의체 쿼드. 그래픽=송정근기자

러시아를 앞세워 거침없던 중국이 뒤통수를 맞았다. 상대는 발트 3국에 속하는 리투아니아다. 22일 중국과 중ㆍ동유럽(CEEC) 17개국 간 경제협력체인 ‘17+1’ 정상회의 탈퇴를 선언했다. 중국의 당근 대신 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짜여진 미국과 서구의 보호막을 택한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280만 명으로 중국의 5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대만 대표부 설치,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비판 등으로 올해 들어 중국과 부쩍 충돌이 잦았다.

이로써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유럽 거점인 17+1 협의체는 2012년 출범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 이에 양 정치국원은 러시아에 이어 27일까지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도 연쇄 방문할 예정이다. 리투아니아와 마찬가지로 EU, NATO, CEEC에 참여한 국가들이다. 중국 환구망은 “17+1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며 “리투아니아가 탈퇴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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