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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오십이 다 돼 간다이. 마흔 아홉이랍매. 사람마다 아홉수가 사납지."(‘토지’)
‘아홉수(數)’는 오래전에 관용어가 됐다. 9, 19, 29와 같이 아홉이 든 나이를 말한다.
실제로 한국인들은 아홉수에는 되도록 결혼을 미뤘다. 환갑 전해인 쉰아홉 살에는 생일잔치까지 꺼렸다. 점술이나 전통 풍습마저 미신으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아홉수는 조심스러워한다.
대개 미신이나 속설들처럼 아홉수도 정확한 유래를 찾기 힘들다. 어느 문화나 터부(taboo)가 있듯 숫자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은 수에 의미를 부여하고 신비화하는 수비주의(數秘主義·numerology) 경향이 있다. 기독교 문화에서 13이 대표적이다. ‘13일의 금요일’은 더욱 그렇다. 예수의 죽음과 관련이 있어 저주와 불행을 의미한다. 예수와 12명의 사도를 합한 13과 최후의 만찬에 참석한 인원 등도 관계가 있다.
북유럽 신화에는 12명의 신이 초대된 잔치에 불청객으로 악의 신 로키가 13번째로 등장한다. 또 연, 시간, 방위 등 12진법으로 활용되는 완벽한 숫자에 1을 더한 13은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4를 피한다. 사(四)의 발음이 죽을 사(死)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방 호수 등에 4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일종의 해음(諧音) 현상이다. 어떤 한 단어가 음이 같거나 비슷하여 다른 단어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이다. 반대로 구(九)는 영원하다는 오랠 구(久)와 발음이 같아 중국에서는 선호한다. 또 짝수보다는 양수(陽數)인 홀수를 좋아하고, 홀수 중 가장 큰 수인 9는 상서롭다. 황제와 관련된 수이기도 했다. 음력 9월 9일은 양수가 겹쳤다는 중양절(重陽節)로 전통 명절이다. 이날 결혼을 많이 한다. 한국 등 많은 나라들은 기준금리 기준이 0.25%이나 중국은 9로 나눌 수 있는 0.27%를 기준으로 정했다.
“서양이 10을 완전한 수로 보고 중시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9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수의 신비와 마법’)
동양에서는 10의 개념을 달리 해석했다. 십진법은 0부터 9까지의 기본수로 가장 큰 수는 9이다. 10은 1+0=1의 식으로 다시 1로 환원된다고 믿었다. 9는 한계점이며 충분함과 완결의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끝이 없는 무수한 물체나 형상 등을 뜻한다. 많고 셀 수 없는 형용의 숫자이다.
삼교구류(三敎九流), 구중궁궐(九重宮闕), 구우일모(九牛一毛), 구사일생(九死一生), 구곡양장(九曲羊腸), 구만리(九萬里), 구미호(九尾狐), 구정(九鼎), 구주(九州), 구경(九卿), 구천(九天), 구사(九思) 등의 표현이 그렇다.
실생활에서도 9는 익숙하다. 바둑이든 정치든 9단을 최고수로 친다. 9단을 넘어서면 신(神)의 경지이다. 99세에는 백(百)에서 일(一)을 뺀 백수연(白壽宴)을 열었다. 99칸 집도 같은 이유다. 모두 9나 99에서 끝난다.
명리학(命理學)에서는 10년마다 바뀌는 운을 대운(大運)이라 한다.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다만 사람(사주)에 따라 2, 12, 22 또는 7, 17, 27 등 대운이 변하는 나이는 각자 다르다. 모든 대운 수는 만세력(萬歲曆)에 나온다.
대운의 9년 차에는 다가오는 운의 좋고 나쁨을 주시해야 한다. 9년째에는 가는 운과 오는 운이 교차하면서 부침이 있을 수 있다. 차분하게 준비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나이 아홉수에는 기대보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배어 있다. 진화학적으로 사람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 정주 생활에 익숙한 농경 사회일수록 심하다. 새롭게 시작되는 10년에 대해 근거 없는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다.
9는 길수(吉數)인 3이 세 번 더해진 큰 길수이다. 아홉수 개념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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