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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만 헬프해줘' 1장당 4등분 유통… 펜타닐 패치 위험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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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만 헬프해줘' 1장당 4등분 유통… 펜타닐 패치 위험한 거래

입력
2021.05.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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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마약성 진통제' 마구잡이 처방 "의사도 공범"
마약 대용 수요 커지자 조각으로 잘라서까지 유통
헤로인 100배 중독성… 美 오남용 연간 4만명 사망
당국, 뒤늦은 처방 가이드라인… SNS 유통망 단속

펜타닐 패치. 한국일보 자료사진

펜타닐 패치. 한국일보 자료사진

'쿼터만 OOO에게 헬프해줘.'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A(28)씨는 여자친구에게 암호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패치'(듀로제식 디트렌스 패치)가 필요하다는 여자친구 부탁에 그날 마약거래상에게 12만 원을 주고 한 장을 구입해 전달했는데, 해당 패치의 4분의 1(쿼터·quarter)을 평소 알고 지내던 B씨에게도 나눠주라(헬프·help)는 뜻이었다. 이들은 평소 암·디스크 환자 등의 통증을 덜어주려 처방되는 펜타닐 패치를 마약 대용으로 사용해온 터였다.

여자친구는 메시지를 받은 직후 택시를 타고 서울 강남구로 가서 모처에서 기다리던 B씨에게 패치 조각을 넘겼다. A씨가 거래상에게 패치를 구입하고 여자친구와 B씨에게 전달하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A씨는 불법으로 패치를 구매하고 다른 이에게 건네도록 교사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7일 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 받아 투약하거나 유통한 10대 42명이 최근 경찰에 붙잡히면서 이 약물을 둘러싼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중독성이 헤로인의 100배에 달하는 데다, 패치가 조각 단위로 거래되기도 하는 탓에 유통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경고가 높다. 미국과 유럽 등은 펜타닐로 인한 사망 사고가 늘자 이 약물을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추세다. 마약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미국 등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초기에 강력한 규제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펜타닐 오남용에 연간 4만여명 사망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행한 '2020년 마약류 안전관리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지역에선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과량복용 사망 및 내원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오피오이드 약물 남용 사망자 추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특히 미국에선 '오피오이드 위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오남용이 심각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산 결과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 오남용 사망자는 1999년 8,048명에서 2019년 4만9,860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또 170만 명 가량이 중독 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최근까지도 매일 130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주정부 등이 무분별한 오피오이드 제조·유통의 책임을 물어 제약사들을 고발하면서 국가 전역에서 수천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국내서도 무분별 유통… 10개월간 10년치 패치 처방도

본보 기자가 최근 펜타닐 패치를 구매하기 위해 접촉한 판매자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일부. 오지혜 기자

본보 기자가 최근 펜타닐 패치를 구매하기 위해 접촉한 판매자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일부. 오지혜 기자

무분별한 펜타닐 유통 징후는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포착돼 왔다. '통증이 심하다'고 하면 꼼꼼한 확인 절차 없이 패치를 처방해주는 의사들이 적지 않아 일반 병의원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펜타닐 패치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과 마약류 도난·분실 발생업체 등 121개소를 점검한 결과, 의심되는 처방을 내렸거나 처방 전에 주민번호 등을 기재하지 않는 등 의무 사항을 위반한 40개소를 적발했다. 이 중 20개소(21명)는 수사 의뢰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각 시도 경찰청에 사건을 배당한 상태다.

경찰에 수사 의뢰된 사건 중에는 10개월간 10년치 패치를 처방 받은 사례도 포함됐다. 환자 C씨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6개 의원을 돌며 134회에 걸쳐 패치 1,227매를 처방 받았는데, 패치 한 장당 3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681일분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이다. D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10개월간 특정 환자에게 패치 655매(1,965일분)를 처방한 혐의로 입건됐다. 의사들이 펜타닐 오남용의 공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식약처, 부랴부랴 가이드라인 배포… "SNS 유통망도 점검"

최근 경찰이 10대들에게 압수한 펜타닐 패치 흡연 도구. 경남경찰청 제공

최근 경찰이 10대들에게 압수한 펜타닐 패치 흡연 도구. 경남경찰청 제공

논란이 커지자 식약처는 27일 펜타닐을 포함한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의료 현장에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마약류 진통제는 최초 치료에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만 18세 이상의 환자에게 처방할 때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낮은 용량을 사용해야 한다. 최초 처방 시에는 7일 이내 단기 분량을 처방하고, 추가 처방 때도 가능한 한 1개월 이내, 최대 3개월 이내 분량으로 처방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식약처는 10대 청소년이 펜타닐을 구하는 유통망으로 알려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점검에도 나선다. 검찰·경찰과 SNS 단속 방안에 대하여 논의해, 안전하게 의료용 마약류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전 알리미, 자발적 보고 제도 등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와 항불안제의 오남용을 관리하는 동시에 경찰청·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과 기획 합동감시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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