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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이준석 현상’이 여의도 정치권을 강타했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중진’으로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한 이준석(36) 전 최고위원이 연일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하자 원인ㆍ영향 분석에 바쁘다. 여야 반응에는 공통점도, 차이점도 있다. 2030세대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 정치 리더십에 대한 갈구가 투영된 결과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여야가 처한 정치적 상황,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와 성향에 따라 ‘이준석 현상’에 대한 시각과 수용 태도는 완연히 갈린다.
□ 더불어민주당에는 아쉬움과 착잡함이 교차한다. 진보ㆍ개혁 정당을 표방한 집권당으로서 급락한 지지율이 좀체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라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독단적이고 말만 잘하며, 겉과 속이 다른, 무능한 40·50대 남성’ 정당이라는 자체 당 이미지 조사 결과까지 겹쳐 충격이 배가됐다. 하지만 더 멀리, 더 크게 접근하려는 태도가 엿보이는 건 다행이다. 실행과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새 정치에 대한 젊은 세대 욕구를 수용해 대선에 대비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 실망스러운 쪽은 오히려 ‘이준석 현상’의 주역인 국민의힘이다. 당대표 선거 상황임을 감안해도 ‘이준석 현상’의 메리트를 전혀 누릴 생각이 없어 보여서다. 이 후보에 대한 특정 계파 지원 배후설부터 여론조사 결과 의도적 확산 의혹 제기까지 편가르기와 상대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이준석 현상’의 반사이익으로 당대표 선거 흥행과 ‘꼰대 정당’ 탈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하고 있다지만 정작 국민의힘은 주는 떡도 못 받아 먹는 형국이다.
□ 이 전 최고위원의 당대표 당선 여부와는 별개로 ‘이준석 현상’이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꼰대 기득권’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신을 제거하고 새 정치ㆍ리더십, 공정 가치에 대한 그들의 희구를 실현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 승리는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은 국민의힘이 ‘이준석 현상’의 수혜자지만 지속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청년 세대 요구를 수용하고 그들의 고통과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최후 승자가 될 수 있음을 망각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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