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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탓 재판 5년 지연”… 日강제동원 피해자, 국가배상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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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탓 재판 5년 지연”… 日강제동원 피해자, 국가배상 소송

입력
2021.05.27 17:16
수정
2021.05.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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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2명, "1인당 1억" 총 2억 손해배상 청구

2019년 3월 1일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강제징용노동자상 합동 참배행사 도중 1941년 신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3월 1일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강제징용노동자상 합동 참배행사 도중 1941년 신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간 ‘재판 거래’ 행위 탓에 일본 가해 기업에 책임을 묻는 소송이 지연됐고, 그로 인해 피해를 봤다”면서 국가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97)씨와 고(故) 김규수씨 배우자 등 2명이 최근 국가를 상대로 1인당 약 1억 원씩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이씨와 김씨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은 지난 2005년 2월 일본 전범기업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ㆍ2심에선 원고패소 판결이 나왔으나, 대법원은 2012년 5월 “신일본제철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듬해 7월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각 1억 원씩, 총 4억 원의 위자료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른 만큼, 사실상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었지만 재상고심 심리엔 무려 5년이 소요됐다. 대법원이 확정 판결 선고를 미루는 사이, 원고 4명 중 이씨를 제외한 3명은 고령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2018년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재판 지연’은 박근혜 정권과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원행정처 간부들이 당시 정부 측 인사들과 함께 재상고심 결과를 ‘피해자 패소’로 다시 뒤집으려 시도하고, 대법원 심리 진행을 미루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대법원은 결국 2018년 10월 30일 재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고, 신일본제철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훨씬 더 일찍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 사건 재판이 ‘국가의 부당한 지연 시도’ 때문에 소송 제기 13년이 지나서야 매듭지어진 것이다.

이씨와 김씨는 이번 국가배상 청구 소장에서 “법관들은 청와대와 외교부 공무원들,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들과 함께 강제동원 소송 재상고심 절차와 판결 내용까지, 법정이 아닌 공간에서 위법하게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들은 철저하게 배제돼 어떤 정보도 얻지 못 했고, 공평하게 공격ㆍ방어할 기회도 빼앗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씨 등은 “불법적 재판 거래로 현저하게 재판이 지연됐고, 이 과정에서 소송 당사자들이 사망에 이른 상황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중대한 침해”라며 “재판거래의 온전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일말의 피해 회복이라도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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