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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양극화에 소홀"…일자리 나누는 ‘정의로운 전환’ 필요

입력
2021.06.01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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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라진 일과 노동: 문 정부 노동정책의 현주소
한국일보-한국사회학회 연중기획 좌담회
'친노동' 지향했지만 정책들 '지속가능' 담보 못해
정치적으로 타협 어려운 '두마리 토끼' 추구 탓
코로나 이후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커
'고용 저비용 정책 계속에 의문' 시그널 줘야

한국일보·한국사회학회 공동 연중기획 '탈진실시대, 보수-진보를 넘어' 좌담회 참석자들이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 모였다. 왼쪽부터 권현지 서울대 교수, 배영 포항공과대학 교수,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고영권 기자

한국일보·한국사회학회 공동 연중기획 '탈진실시대, 보수-진보를 넘어' 좌담회 참석자들이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 모였다. 왼쪽부터 권현지 서울대 교수, 배영 포항공과대학 교수,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고영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플랫폼 노동과 같은 기존 법과 제도가 규정할 수 없는 고용형태를 확산시키고 있다. 가공할 위력의 감염병이 기술혁신과 맞물려 고용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킨 전 세계적 상황, 그리고 취업자 4명 중 1명이 자영업자(OECD 2018년 통계 기준 25.1%), 즉 고용주인 한국적 상황. 문재인 정부가 현재 맞닥뜨린 노동 현실이다. 집권 초 ‘친노동’ 정책을 지향하며 시민사회 기대를 한껏 받았던 현 정부는 이런 굵직한 노동 갈등 국면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오히려 노사 갈등, 세대 갈등을 키웠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달 24일 한국일보ㆍ한국사회학회 공동 연중기획 ‘탈진실시대, 보수-진보를 넘어’의 두 번째 주제인 '일과 노동의 변화, 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을 놓고 진행한 좌담회(사회 배영 포항공과대 인문사회학부 교수)에서는 ‘디테일의 부족’이 거듭 지적됐다. 문 정부가 애초 양립이 힘든 목표를 그럴듯하게 공표했고, 노동시장에 대한 체계적·장기적 분석, 계획이 부족했다는 진단이다.


고용불안, 재택근무 못하는 필수노동자들에 집중

배(배영 교수)= IMF 이후 한국 사회에서 일자리가 문제 되지 않은 적이 없다. 직장 폐쇄, 구조조정의 문제뿐 아니라 청년 실업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코로나19 이후 이렇게 축적되어온 문제는 더 악화한 것 아닌가 한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지금의 고용과 노동 문제의 특징은 무엇인가.

권(권현지 교수)=기존 경제 위기가 제조업 남성에게 먼저 왔다면, 이번에 먼저 타격받는 이들은 대면 서비스 기반의 여성(2020년 4월 기준 취업자 감소 중 여성이 62%)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실직은 초반 지원금이 닿지 못한 일용직에서, 이제는 정규직도 겪는 문제로까지 전개되고 있다. 나아가 여성은 이중적으로 고용 타격을 받았다.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젠더 역할로, (돌봄문제로) 마치 자의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 이탈, 즉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이 컸다.

정(정흥준 교수)=이전에는 각자도생 방식으로 기업의 자산 매각 같은 일시적 유연성 극복에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사회 전반적 안전망을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상용직, 공공부문 실업자 수는 늘지 않았고, 임시?일용직?비정규직 실업자가 많았다. 2019~2020년 경제활동인구 상위 10% 일자리는 증가한 반면, 하위 50% 일자리는 급감했다. 또 하나 특징은 유연 근무가 확산됐다. 고용 불안은 재택근무를 못하는 필수노동자들이 안게 됐다. 노동시장에 부익부 빈익빈이 형성된 게 특징이지 싶다.


고용관계 규율, 새로운 형태 노동자 못 다뤄

배=코로나19 이후 임시직 등 취약한 고용 형태 직종 노동자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안정한 교육이 일반화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자체가 심화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기업과 재계의 대처, 그리고 이들에 대한 우려와 기대는 무엇이 있을까.

권=취약계층 노동시장과 안정된 시장의 양상이 너무 다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사람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전개되고 있는 반면, 숙박·요식업 등은 계속 굉장히 어렵다. 코로나19 대응 양상 역시 대기업만 유연·재택근무를 활성화하고(지난해 유연근무제 시행: 300인 이상 사업체 30% 이상, 10인 이하 3% 미만), 중소기업은 변화와 적응에 취약하다. 모기업과 벤더(도매업자) 간의 격차, 코로나19 대응력 격차, 기술력 격차가 나타나는 거다.

정=격차 심화는 고용 형태 다양화와 관련 있다. 기업은 통제를 느슨하게 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많이 찾았다. 간접고용 분야에서 도급이나 사내 하청에서 진화한 게 일인 도급, 더 진화한 게 플랫폼 노동 방식이다. 특수고용이 221만 명, 플랫폼 노동은 175만 명이다. 문제는 국가의 고용관계 규율이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법체계라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를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새 고용 패턴을 규정할 수 있도록 많은 국가가 논의하고 있고, 우리도 논의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여행업 손실보상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여행업계가 파산과 줄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며 여행업 피해보상이 포함되는 손실보상법 제정과 여행산업 복원 등을 촉구했다. 뉴스1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여행업 손실보상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여행업계가 파산과 줄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며 여행업 피해보상이 포함되는 손실보상법 제정과 여행산업 복원 등을 촉구했다. 뉴스1


기회 부족한 MZ세대… 흥미 따라 직업 선택

배=MZ세대, 젊은층의 노동에 대해 얘기하자면 이들도 내부적으로 분파가 있을 수 있다. 모두를 같은 동료 집단으로 보긴 어렵다. 예를 들어 이들이 주로 이루는 1인 가구도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인지, 불가피한 결과인지에 따라 다르다. MZ세대도 단순히 '세대'만 가지고 얘기하기보다 처한 상황이나 지향점을 고려해 생각해야 한다. 이들의 노동과 특징을 얘기해보자.

권=통계청 사회조사에서 노동에 관한 이런 질문이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 어떤 것을 주로 고려하나?’ 2009년과 2019년을 비교하면 수입에 대한 선호는 큰 차이가 없고, 적성과 흥미가 크게 증가(20대 17.8%→23.6%)했다. 20대만이 아니라 30대 역시 적성과 흥미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예전에 비해 보람이나 자아실현, 발전성, 장래성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 전망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현재 만족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Z세대는 기성세대에 의해 강압적이고 하향식 지시에 관용이 높지 않다. 이런 배경이 일터에서 기성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현재의 적성과 흥미, 인정을 요구하고 충족되지 않을 때는 기꺼이 직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모 세대는 성실하면 잘 살 수 있었고 우리 세대는 좋은 대학 나오면 잘 살 수 있었는데 MZ세대는 기회가 부족하다.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를 웃도는 10% 수준이다. 대단히 제한적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과 절차를 강조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이 민주주의 광장의 힘을 본 세대이기에, 같이 문제를 풀려는 생각이 큰 것 같다. 현대차나 LG전자에서 사무직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기에 받아들일 만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일자리 위한 재정투여 소극적

배=65세 고용연장,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들은 여러모로 논쟁적이다. 과거 정부에 비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전반적으로 친노동이라 할 방향성은 갖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실행력이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안 하고 있는 것을 얘기할 수 있다. 지금 정부의 노동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정부 정책이 노동 친화적이라는 명제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비교하면 기존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향은 같지만 권한 내에서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도 소규모 사업장을 예외로 뒀다. 근로기준법 일부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47%에 해당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을 안 받고 있는데, 이런 ‘정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과 경제는 같은 꾸러미 안에 들어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좀 다르다. 친노동 정책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냐고 묻는다면 단언하기 어렵고 많은 세부적인 요인을 봐야 한다. 1970~80년대 수출 정책을 했을 때는 그런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지금은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는 새로운 세대에게 비전을 제시해주는 게 생산성을 높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정책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이 정부가 만들어진 배경과 관련이 깊다. 기존 정부 탄핵과 촛불로 높은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권한과 소임에 비해 소극적이지 않았냐는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의 세심한 부분이 부족했다는 측면도 있고, 코로나19 상황이나 제도적 한계도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노동·사회 정책을 추진하기엔 부담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권=기대가 큰 상황에서 출범한 정부였고 준비 기간이 태생적으로 짧은 한계도 있다. 하지만 그 열망을 단기간에 충족시키려 하면서 설익은, 그렇지만 굉장히 방대한 정책을 냈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웠기에 여러 면에서 무리가 있었다. 정치적으로 타협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집권 초 일자리를 수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정책 지향과, 한편으로는 노동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욕심으로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처음부터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타협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사회 서비스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증가한 일자리이지만 저임금이다. 정부가 고용주인데 거기에서도 노동의 질을 확보하지 못한 악순환이 반복됐다. 좋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재정투여가 불가피한데 소극적으로 다뤄졌다. 결국 세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돌봄 같은 사회 서비스를 어떻게 늘릴 것이가 하는 문제는 세밀하고 치밀한 행정력이 중요한데, 지금 현 정부에서 상당히 무리한 측면이 있다.


권현지 서울대 교수. 고영권 기자

권현지 서울대 교수. 고영권 기자


'저임금 정책 버틸 수 없다'는 시그널 줬어야

배=문 정부는 '일자리 전광판' 등으로 양적 측면의 일자리 목표를 세우고 홍보했다. 아울러 질적 차원에서 일자리 안정성과 노동의 질 향상도 필요했다. 코로나19 이후인 지금 시점에선 일자리 정책은 양적 혹은 질적 어떤 면에서 우선시해야 하는가.

권=현 정부가 잘한 것 중 하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하면서 노동에 대한 규범이 달라졌다는 거다. 성에 차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저임금을 기본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들 속에서 우리가 저임금·저숙련 정책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고졸자 70%가 대학 가는 나라에서 저비용 정책을 계속해야 하는가. 이런 시그널을 강하게 줬어야 했다.

정=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간접고용 12만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등 양과 질이 좋아졌다. 반면 민간부문 일자리는 정체됐다. 민간부문 50만 개 일자리 약속이 이뤄지지 않았고 코로나19로 임시직이 늘고, 격차가 더 커졌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겐 더 큰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현대차 불법파견 적발 긍정 평가

배=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 중 제일 효과를 거둔 건 뭔가.

정=근로시간 단축이 큰 변화라는 데 이견이 없다. 또 하나 들자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을 비준한 것이다. 노조권리를 인정했기에, 보완이 필요하지만 노조설립, 활동에서 자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파리바게뜨, 현대차 불법 파견 적발 같은 근로감독 강화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권= 이전까지 근로시간은 제조업을 제외하고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주 52시간 정책이 들어오면서 근로시간이 명실상부한 관리의 대상이 된 건 매우 중대한 정책적 변화다. 돌봄노동자 증가는 물론이고, 특수고용자에게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정책방향은 앞으로가 중요하다. 근로기준법 확대가 어렵다면 노사관계를 갖지 않더라도 노무를 제공하며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법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경사노위만으로는 제한적…사안별 접근은 '땜질'

배=‘타다’ 관련 이슈가 크게 불거졌었다. 새로운 형태의 노동 주체들 간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풀 방안을 제안하면.

정=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민주노총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 노동계에서 역할이 크기 때문에 주요 사항 결정이 쉽지 않다. 새로운 노동 유형에 대해 어떻게 규율할지 사안별로 해결하면 땜질에 불과하고 일관성도 떨어질 거다. 큰 틀에서 논의가 필요하고, 유력 노동단체가 참여해야 한다.

권=중층적 규제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국가 법, 제도에 의한 규제를 갖고 있는데, 복잡다단한 노동시장 변화를 이것만으로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법과 시민사회일 수도 있고, 기업 자율 규율 같은 중층적 규제가 필요하다. 경사노위뿐만 아니라 기업에서의 자율적인 규율 시스템이 상호보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고영권 기자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고영권 기자


비정규직 로드맵으로 차별 줄이지 못해

배=최근 들어 MZ세대를 중심으로 대기업이나 IT기업 등에서 사무직 노조가 새로 만들어지고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기존 노조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것일 수 있고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지금의 노동조합들은 정부의 노동정책 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할 때다.

정=문재인 정부는 민간부문 노사관계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로드맵을 만들고 차별을 줄이고자 했으나 안 됐고, 노동시장 양극화 해결에도 소홀했다. 이에 대해 노조가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노조의 불만이 여론화·조직화되지는 않고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노동조합의 정책 대응 능력이 떨어져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권=노동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개별적인 불만이 적진 않다. 조직된 움직임으로 드러내지 않은 게 상당히 오래됐다. 대기업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은 15% 이상인 반면 취약노동의 조직률은 1%에도 못 미친다. 노동자 전반을 아우를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배영 포항공과대학 교수. 고영권 기자

배영 포항공과대학 교수. 고영권 기자


고용 안정 공무원도 실업보험 고통 분담 필요

배=직장 내 괴롭힘이나 젠더 평등 문제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 논의는 글로벌 표준에서 어느 수준인가.

정=방향은 맞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2019년 개정됐는데, 실효성 없다는 얘기가 많았다. 처벌조항이 없어 누가 신고하겠냐는 것이다. 신고자만 불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 그래서 얼마 전 최대 1,000만 원 과태료를 부여할 수 있게 바뀌긴 했는데 역시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젠더 평등 관련해 도입하자고 했던 임금 공시제 역시 남성과 여성의 임금을 투명하게 밝히자는 건데 아직까지 안 되는 상황이다.

배=앞으로 과거와는 다른 생산분배 시스템 등장이 예상된다. 인공지능 등에 따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노동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권=굉장히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가 전개되는데, 한편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공포감을 갖고 있다. 이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새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지금 플랫폼 노동이 증가하고 있는데 배달 노동자는 자기가 어떤 방식으로 해당 업무를 부여받는지 모르고, 이에 대해 불만이 있다. 업무 부여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관련자들의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노동 이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AI 채용 시스템이 일반적인데, AI가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느냐에 따라 차별을 강화할 수도 있다. 결국 새로운 노동 규율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 전통적인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덜 통제받는 노동도 가능해지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이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 생각한다. 높아진 생산력을 바탕으로 일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그 비용을 누가 댈 것인가. 결국 사회보장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 비전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체는 노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조합원 이해관계에 빠지지 말고, 사회문제에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공무원은 고용이 안정돼 실업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 공무원들도 고용이 불안정한 민간 노동자들을 위해서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그런 것들을 공무원 노조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배영 교수(53): 연세대에서 사회학과 학부를 거쳐 박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한국정보사회학회 회장, 포항공과대학 소셜데이터사이언스전공 주임교수와 포항공과대학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지금 한국을 읽다’, ‘코로나ing(공저)’, ‘포스트 코로나시대, 데이터로 읽는 대한민국(근간)’ 등을 썼다.

권현지 교수(50): 이화여대, 한림대 사회학과를 거쳐 미국 코넬대학교, ILR 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산업노동연구의 편집장과 고용노사관계학회 이사, 산업노동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젠더 불평등, 기술변화, 한국기업의 국제화 등 이슈를 산업과 노동의 전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정흥준 교수(49): 성균관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산업노동학회 운영위원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는 노동자(편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의 길(편저)', ‘다시 묻는 사용자 책임(편저)’ 등을 저술했다.

이윤주 기자
송진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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