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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종부세도 '소급입법'...여당이 뒤흔드는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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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종부세도 '소급입법'...여당이 뒤흔드는 부동산 시장

입력
2021.05.3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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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강행 이어 보유세도 소급입법 눈앞
무너지는 정책 신뢰도, 흔들리는 법치주의?
"7·10 대책에 집 판 사람은 바보 될 판"

30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법률 제·개정 전 사안에까지 적용하는 '소급입법'이 또 한번 부동산 시장을 엄습한다. 지난해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이어 이번에는 세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지서가 나오기 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관련 법을 개정해 올해 분부터 바로 적용할 계획이다.

시장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보유세 개편은 문재인 정부가 4년간 발표했던 정책을 뒤집는 결정인 탓이다. 여당의 소급입법 추진이 헌법상 과세원칙을 어겼는지도 논란이나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크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공시가격 6억~9억 원 구간 주택의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인하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안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 7월 재산세 고지서에 반영할 방침이다.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도 다음 달 최종 확정해 고지서가 발송되는 11월 말 전에 적용할 예정이다.

문제는 소급입법이다.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세기준일은 매년 6월 1일이다. 국세기본법과 지방세기본법에 따르면 이 날짜는 해당 연도의 납세의무일이며, 동시에 소급과세 기준일이다. 다음 달 1일 이후에 국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을 올해부터 적용하려면 소급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쟁점은 소급과세원칙 위배 여부다. 다음 달 1일 기준으로 사실상 올해 종부세 및 재산세액이 결정됐는데, 이를 뒤늦게 변경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헌법이 소급입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다만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은 과세기준일과 납부일 사이에 세제를 변경해 소급하는 것은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대다수 납세자에게 유리한 변화라는 점도 여당에 힘을 싣는다.

그래도 논란은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종부세의 경우 민주당 부동산특위의 안은 상위 2%에게만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라 현행 과세체계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종부세율 최대 6% 인상을 예고한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다주택을 정리한 이들에게는 배신과 다름없게 된다. 특위안대로 종부세 과세자가 축소된다면 다주택자 중 적지 않은 이들도 세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보유세 개정안. 그래픽=강준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보유세 개정안. 그래픽=강준구 기자

시장은 벌써 혼란이다.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를 세금으로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정반대 행보를 여당에서 내놓은 탓이다. 정책 신뢰성이 떨어지니 거래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종부세 인상을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집을 매도한 사람만 바보로 만들었다"며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정부의 소급입법 강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소급 적용했다. 민간 등록임대주택제도 또한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등 기존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기로 해 소급입법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연이은 소급입법에 우려를 표한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변화한다고 해도 소급입법은 법적 안정성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급입법이 빈번히 이뤄질수록 법치주의는 크게 흔들린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부세 개정은 필요하다"면서도 "소급입법은 조세제도의 안정성을 해치기에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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