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 영향 주택 이어 개별공시가도 상승
전국 평균 9.95% ↑... 광주 12.36% 서울 11.54%
"갑자기 세금 안 늘게 다른 분야서 과세 줄여야"
개별 토지의 단위면적당 가격인 개별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3월 발표된 주택 공시가격에 이어 이달 31일 공시를 예고한 토지의 공시가격 역시 전년보다 상승폭이 훨씬 커진 것이다. 공시지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조세제도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준조세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올해 개별공시지가가 작년 대비 11.54% 상승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 전체 87만9,402필지 중 86만24필지(97.8%)에서 땅값이 올랐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과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분이 반영돼 전년 상승률(8.25%)보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의 상승률이 14.1%로 가장 높았으며, 영등포구(13.9%), 강서구(12.75%)가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곳은 2004년부터 줄곧 1위인 중구 충무로1가 24-2번지(네이처리퍼블릭 자리)로 1㎡당 2억650만 원에 달했다. 주거지역 중에선 서초구 반포동 2-12(아크로리버파크)가 2,67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최저 지가는 도봉구 도봉동 산30(자연림)으로 1㎡당 6,970원이었다.
올해 전국 평균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9.95%로 전년(5.95%)보다 4%포인트 올랐다. 광주가 12.36%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으며, 세종(11.89%), 대구(11.56%), 서울(11.54%), 부산(10.93%)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수도권 지역 상승률은 10.33%를 기록했으며, 충남(7.03%)은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았다.
개별공시지가 대폭 상승은 이미 예견됐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공시가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주택과 토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대폭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토지의 경우 2020년 65.5%였던 현실화율을 8년에 걸쳐 9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개별공시지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공시지가를 정할 때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상승률(10.35%)이 반영됐다.
주택 공시지가 상승에 이어 개별공시지가까지 큰 폭으로 올랐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한결같이 세 부담을 토로했다.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윤수철(57)씨는 "지난번 주택 공시지가 발표를 보고 공시가격 조사 방식에 신뢰를 잃었는데, 개별공시지가까지 올랐다니 정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며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인데 공시지가가 계속 오르니까 건강보험료 등 여러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최선(78)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들 먹고살기 힘든데 세금은 더 내라고 하니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과세 부담이 누적되면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평 과세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는 필요하지만 갑자기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라며 "단순히 가격을 올리기만 해서는 안 되고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다른 분야의 과세를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상가에 적용되는 개별공시지가를 올리면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개별공시지가는 인터넷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http://www.realtyprice.kr) 또는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공시가격에 이의가 있는 경우 3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자치구나 동 주민센터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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