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입법의원 오완 리가 바라본 6월의 홍콩]?
“민주진영 인사들, 사퇴하거나 침묵할 수밖에?
홍콩인 해외 이주 급속히 늘어도 정부는 방관?
보안법에 막혀 모든 형태의 집회ㆍ시위 금지?
교육은 홍콩 정체성 문제, 비판적 사고 길러야?
백신 충분해도 정부 불신 때문에 접종률 저조”
다시 6월이다. 2년 전 홍콩은 민주화 열기로 들끓었다. 민주진영은 기세를 몰아 입법의원(우리의 구의원) 선거에서 의석 86%를 싹쓸이했다.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통과로 맞섰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섣불리 나섰다간 언제 범법자가 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팽배하면서 홍콩 사회의 활력은 사라졌다.
홍콩 독립민주파 소속 오완 리(李傲然ㆍ29) 입법의원은 3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민주화 운동가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홍콩인의 해외 이주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야당을 겨냥한 공세가 갈수록 거세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홍콩을 떠나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면이 있는 홍콩 민주진영의 다른 현역의원 세 명에게 앞서 인터뷰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됐거나 연락이 끊겨 아무도 접촉할 수 없었다. 20대 정치인답게 평소 활달하던 오완 리도 일부 질문에는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2019년 11월 홍콩 이공대 점거 사태 당시 대학 집행위원회 학생 대표를 맡았고 이후 타이콕추이 노스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홍콩 상황은 어떤가.
“전혀 좋지 않다. 홍콩의 정치적 압박은 여전히 심하다.”
-홍콩 보안법 시행 1년이 됐다. 무엇이 바뀌었나.
“민주화 진영의 많은 홍콩 정치인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도 많다. 구의원의 경우 이미 30명가량 사임했다. 입법회(우리의 국회)의 친정부 성향 정치인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야당 인사들을 공격하고 있다. 유리한 고지를 점해 정치적으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홍콩을 떠나는 분들이 실제로 많나.
“해외로 이주하는 비율이 치솟고 있다. 많은 분들이 홍콩을 떠났거나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 뉴스와 온라인 포럼, 소셜 미디어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방식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홍콩은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으며, 보안법은 아주 소수의 인원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왜 홍콩을 떠나는 건가.
“대부분은 변화하는 정치적ㆍ사회적 상황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익숙한 기존의 홍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홍콩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는 순간 홍콩을 떠나는 것이다.”
-반대로, 보안법에 찬성하는 홍콩인은 얼마나 되나.
“얼마인지는 모른다. 다만 홍콩 정부와 (중국) 베이징을 지지하는 분들도 많다.”
-영국이 홍콩인의 정착을 지원한다는데, 효과가 있나.
“확실치 않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두 달 만에 홍콩인의 영국비자 신청은 3만4,000건을 넘어섰다.)
-미래에 대한 홍콩 젊은 세대의 가장 큰 걱정은.
“홍콩 젊은이들은 항상 자유와 사회 정의를 추구한다. 따라서 그들의 정치적 요구에는 민주주의와 사회적 가치만 포함된다. 돈을 좇거나 물질적 이득을 바라는 건 아니다.”
-6월 9일로 홍콩 민주화 시위 2년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정부는 신청한 어떠한 형태의 집회도 거부하고 있다.”
(※홍콩 보안국은 6월 4일 톈안먼(天安門) 시위 추모를 비롯한 모든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참여할 경우 5년 이하, 행사를 홍보할 경우 1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민주 진영이 시위에 나설 가능성은.
“알 수 없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2019년 6월 시위 시작 이후 지난해 말까지 홍콩 시민 2,500명이 기소됐고 300명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고 전했다.)
-군부 쿠데타에 맞선 미얀마에 대한 생각은.
“미얀마 국민들은 이미 용기와 용맹함을 보여줬다. 우리는 어떤 경우든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 100주년이다. 중국이 ‘애국 교육’을 강조하는데.
“교육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홍콩의 경험과 정체성 인식에 관한 문제다. 많은 젊은이들은 민족 정체성 교육을 이미 받았고 중국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중 일부는 중국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 세대가 스스로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를 형성할 수 있도록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은.
“백신은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중국산일 필요는 없다. 문제는 많은 홍콩인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홍콩이 화이자 백신 200만 회분을 폐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접종 거부감 때문이다. 홍콩은 주민 750만 명이 모두 맞을 백신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이중 절반은 중국 시노백 제품이다. 하지만 접종률은 13% 안팎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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