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정말 천하태평이네요.”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 입국한 한국인 A씨는 혼란스러웠다. 감염병이 전혀 두렵지 않은 듯 현지인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연방 맥주를 권했다. 지방정부는 가급적 빨리 투자를 해달라고 보챘다. 긴장이 일상화한, 한국과 너무도 다른 풍경에 마스크 두 겹으로 얼굴을 싸맨 자신이 이상해 보일 정도였다.
“무조건 ‘노(no)’라는데 복장이 터집니다.” 이달 중순 다시 만난 그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후 북부 박장성(省)의 원자재 공급이 예고 없이 통제된 것이다. 공안은 ‘통행 허가증’을 제시해도 “윗선이랑 얘기하라”며 나 몰라라 했다. 당시 베트남의 일일 신규 감염은 150명 남짓이었다. 500명을 넘나드는 한국도 이렇게까지 기업 생산활동을 막진 않았다.
A씨의 석 달은 지난 1년 동안 한국기업들이 수없이 겪은 일상이다. ‘감염병 특수’를 누리려는 베트남 정부의 ‘경제 최우선주의’ 기조가 불합리와 비정상의 출발점이었다. 실제 감염병이 잠잠하던 지난해 중순 중앙정부는 전국 곳곳의 산업단지 개발을 허가하며 성장을 독려했다. 또 지방정부들은 경쟁적으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그 해 5월처럼 ‘짧고 굵은’ 봉쇄책이면 돈벌이를 계속 하면서 얼마든지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번 재확산 사태는 다르다. 전염력 매우 강한 영국ㆍ인도 변이바이러스 혼합종까지 베트남 전역에서 창궐했다. 그제야 중앙정부도 ‘16호 지시령’ 발동을 검토 중이다. 두 명 이상 모이면 안 되고, 대중교통 운행도 전면 중단되는 내용이다. 사실상 전국민 자가격리를 강제하는 조치다. ‘모 아니면 도’, 극단적 방역 정책의 말로인 셈이다.
‘한국 찬가’를 부르던 지방정부들은 안면을 몰수했다. “최소한의 생산활동만 보장해 달라”는 한국기업들의 간절한 요구 역시 번번이 묵살되고 있다. 감염병 시대,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의 자화상이다. ‘급난지붕(急難之朋)’. 위급하고 어려울 때 돕는 벗이 진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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