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대비 집값 비율 17.8로 역대 최고
월급 다 모아도 전세보증금 마련 9.9년 걸려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7.8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전세보증금을 모으는 데도 10년이 걸린다.
31일 KB부동산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3분위 가구·3분위 주택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올해 3월 17.8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의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나타낸다. 집값과 소득을 각각 5분위로 나눠 총 25개의 PIR을 도출하고, 각각의 값은 해당 소득대의 가구가 해당 가격대 집의 매매가격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해석한다. PIR이 17.8이란 것은 집 마련에 17.8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주로 중위소득 계층(3분위 가구)이 중간 가격대(3분위 주택) 집을 사는 경우를 기준점으로 삼는다.
PIR 증가세는 가파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개편으로 KB부동산이 PIR 표본을 변경한 2019년 1월 기준 서울의 PIR은 12.9였다. 이후 △2019년 10월 13.1 △지난해 3월 14.2 △8월 15.1 △10월 16.1 △올해 1월 17.0 △3월 17.8로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중위계층의 소득 증가보다 중간 가격대 집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랐음을 나타낸다. 2년 2개월 만에 서울 집값은 약 5년 더 돈을 모아야 하는 가격대로 뛴 셈이다. 지난해 3월(14.2년)과 비교하면 일년 새 서울에서 내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3.6년이나 길어졌다. 서울의 3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3월 8억405만 원에서 올해 3월 10억305만 원으로 1억9,900만 원 올랐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울의 주택구매력지수(HAI)는 하락했다. 올해 서울 HAI는 △1월 50.3 △2월 49.4 △3월 48.1로 떨어져 2010년 2월(47.6)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HAI지수는 100보다 클수록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중간가격대의 주택을 큰 무리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전세가격 증가세도 소득 증가세를 앞질렀다. 지난 3월 기준 3분위 가구·3분위 주택의 전세 PIR(J-PIR)은 9.9로, 전세보증금 마련에만 꼬박 10년치 월급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3월 해당 지표는 7.4년이었다. 3월 기준 서울 3분위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5억5,942만 원으로 지난해(4억2,170만 원)보다 1억3,700여만 원 높아졌다.
전국 주택의 PIR은 6.6년, J-PIR은 4.6년으로 조사됐다. 전국 HAI는 99.1로, 2010년 4월(99.6)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100선 아래로 내려갔다.
한편 KB부동산이 집계한 이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9,833만 원으로, 1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6억696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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