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최문순 지사 대권도전 선언
보수 야권선 원희룡 조만간 출사표
김경수, 대법 무죄 나오면 출마할 듯
"낮은 지지율 어떻게 올리나" 고심
내년 3월 9일 예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대권 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한 가운데, 광역단체장들이 잇따라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지방정부 운영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빠른 시간 내에 끌어올리지 못하면 중도 포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12일 가장 먼저 대권 행보를 공식화한 양승조 충남지사는 충청대망론을 띄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그는 "아버지 고향이 충남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충청 출신으로 분류하는 건 옳지 않다"며, 자신이 청년문제와 국토균형발전을 해결하고 지역주의를 넘어설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권 잠룡으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는 원희룡 제주지사는 틈틈이 중앙정치 무대에 올라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엔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나와 "국토보유세는 이중적 징벌적 세금"이라며 이재명 경기지사와 민주당 때리기에 가세했다. 원 지사는 3선 국회의원과 재선 도지사 등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다음 달 현직에서 물러나 대권 레이스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3선 광역단체장인 최문순 강원지사는 1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출사표를 던진다. 최 지사는 지난달 미국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고용 정책(Jobs-for all)을 떠오르게 하는 '취직 사회책임제'를 내놓으며 사실상 대선 후보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여러 채널을 통해 신규 채용인력 1명당 100만 원의 월급을 지원하는 자신만의 복지모델을 알리는 중이다. 최근엔 한명숙 전 총리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등 외연 확장에도 나섰다. 거물급 정치인들과의 인연을 매개로 지자체장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셈법으로 읽힌다.
'친문적자'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등판 여부는 '드루킹 댓글 사건' 상고심 판결에 따라 유동적이다.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김 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힌다면 민주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친문 진영의 출마 요구가 거셀 전망이다. 당내 일각에서 경선 연기 주장이 나온 것도 김 지사의 대법원 선고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들 단체장 모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체제를 뒤흔들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실제 출마를 공식화한 뒤 일시적이라도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 효과'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서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의원과 선출직 공직자를 두루 경험해 수도권과 지방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수차례 선거를 통해 검증의 벽을 어느 넘도 넘었다는 점이 부각되면 반등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후보는 "지금은 군소후보로 분류되지만 반전이 일어날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지지율이 앞선 후보군에 비해 도덕성과 정책수행 능력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성구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자체장들의 대권 출마는 당선 가능성과는 별개로 그동안 중앙정치무대에서 소외됐던 지역 내 이슈와 지방의 어려움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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