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후 침묵해온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처음으로 입장을 냈으나 예상과 달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명의로 ‘무엇을 노린 미사일 지침 종료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권모술수'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역겹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 중 미사일 지침 해제를 문제 삼았다. 미국이 남한의 미사일 족쇄를 풀어준 목적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더욱 조장해 우리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데 있다”면서 ‘고의적인 적대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침략 야망을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의 자위적인 국방력 강화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수가 없게 됐다”며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대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런 문제 제기는 다소 지엽적이고 엉뚱하다. 미사일 지침 해제는 국방주권 문제를 떠나 부당한 만큼 해제가 당연하고, 북한을 겨냥한 것도 아니다. 남한 전역을 타격할 탄도 미사일 능력을 보유한 북한으로선 비난할 입장도 아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며 도를 넘는 막말 비난을 퍼부었다. “일을 저질러 놓고는 죄 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떤지 촉각을 세우는 비루한 꼴이 역겹다”는 식이다. 국가원수에 대한 거친 언행은 유감스런 일로, 이런 분위기라면 당분간 남북관계가 개선될 기대는 더 낮아졌다.
다만 북한이 당국자나 대변인이 아닌 논평원을 내세우고, 노동신문이 아닌 중앙통신을 통해 불만을 표한 것은 수위를 조절한 결과로 보인다. 향후 외교적 대응 여지를 남겨둔 의도란 평가가 가능하다. 북한이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 제3자 의견을 인용해 ‘권모술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당근’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이지 외교의 문을 닫아걸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도 대화 제의에 적극 호응해야겠지만 한미의 지속적인 대북 설득 또한 필요한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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