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수십억원 미상환에 잇단 경찰 고소?
일부는 송치, 일부는 불송치에 형평성 논란?
경찰 "사건별로 사실관계 면밀히 검토 중"
# A씨는 2016년부터 서울 서초구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C씨를 통해 유흥업소에 투자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C씨에게 "내가 잘 아는 업소에 열흘 동안 2,000만 원을 투자하면 원금과 1.5% 이자를 돌려주겠다"고 권유받은 게 시작이었다. C씨는 A씨를 포함한 지인들에게 개별적 또는 단체로 수시 연락해 투자를 요청했고, 한동안 약속된 기간과 조건에 맞춰 수익금이 지급되면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 C씨가 유치하려는 투자액은 갈수록 커져 2019년 말부터는 억대가 됐고, A씨도 4년간 100여 회에 걸쳐 총 20여 억 원을 투자했다.
# C씨가 운영하는 대부업체 직원이었던 B씨도 같은 시기 C씨를 통해 유흥업소에 여러 차례 투자했다. 2016년 "1,000만 원을 투자하면 월 20만 원을 이자로 지급하겠다"는 제안에 응한 이래로 지난해까지 총 37억 원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보다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려 더 높은 수익을 제시했고, B씨는 2019년엔 투자금 1,000만 원당 40만 원을 매달 이자로 받기도 했다.
2019년 말 문제가 생겼다. C씨가 약속된 금액을 늦게 또는 일부만 돌려주는 일이 반복되더니, 지난해부터는 이자는커녕 투자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C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흥업소 운영이 어려워졌다" "투자 받은 사람이 잠적했다" 등 변명을 했지만, 확인해보니 C씨가 언급한 투자처는 이미 폐업한 업소였다. 또 C씨가 투자금으로 다른 투자금을 돌려막는 등 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C씨 재산을 가압류하려고 했지만 그새 자기 명의의 차는 물론 전셋집까지 처분했다고 한다.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이 10여 명, 손실 금액이 수십억 원 규모로 알려진 가운데 A, B씨를 포함한 일부 투자자들은 개별적으로 C씨를 사기 혐의로 서울 도봉경찰서에 고소했다. 처분은 엇갈렸다. B씨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반면, 다른 사건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경찰은 고소인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은 "경찰이 같은 사안에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1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경찰은 A씨 등의 고소 사건에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이유로 △고소인이 자발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투자금 상당액이 고소인에게 상환된 점 △고소인이 피해를 주장한 투자 원금의 일부는 피의자 C씨 돈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해당 고소인들은 "경찰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검찰 송치가 결정된 B씨 사건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투자금 일부에 C씨 돈이 포함된 건 투자와 상환이 반복되면서 빚어진 일이고, 이런 상황은 B씨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B씨 역시 투자금 일부를 돌려받았지만 경찰이 미상환 금액 부분에 대해 송치했다고도 했다. 이들의 투자가 자발적이라서 C씨가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는 "C씨가 먼저 유흥업소 투자를 제안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맞섰다. 이들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은 "B씨와 다른 피해자들의 차이는 피의자와의 관계 정도일 뿐 범죄 구조상의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이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불송치한 사건 모두에 보완 수사를 요구한 점도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송치된 B씨 사건을 검토한 결과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경찰에 돌려보냈고, 불송치 결정 사건 중 하나에 대해서도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검찰의 요청이 부실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C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사건이 10건가량으로 늘어난 터라 검찰이 관련 사건을 종합해 수사하라는 취지로 그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도봉경찰서 관계자는 "피해 금액이 큰 데다 한 명의 피의자에 대해 다수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사실 관계와 혐의 유무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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