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유럽도 "바이러스 연구소서 발생"
중국 "美 과학의 문제 정치화" 기존입장 주장
미국에서 불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국 우한(武漢) 기원설'이 서방 국가로 번지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정보기관과 학자들도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감염병 발원지로 지목하고 재조사 압박에 동참하면서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음모’라고 맞서면서 코로나19 책임론이 서구권과 중국의 진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미국서 커지는 ‘코로나 중국 책임론’
3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연일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대중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마지막 국가안보 부보좌관이던 매슈 포틴저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실험실 유출을 의심했던 많은 윤리적인 과학자들이 있지만 정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침묵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기원 관련 90일간 재조사를 지시한 점도 언급하며 “90일 이내에 알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의회도 ‘연구소 유출설’ 군불 때기에 나섰다.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매클 의원은 이날 CNN방송에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은폐로 350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경제적 파괴를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퍼졌다는 의혹은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줄곧 주장해온 내용이지만 당시에는 ‘음모론’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지난 23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정부 비공개 보고서를 입수, 2019년 11월 우한 연구소 직원 3명이 코로나19와 같은 증상을 보여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의혹 규명을 지시하고, 학자들도 재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유럽도 ‘우한 기원설’ 파상공세
논란은 대서양을 넘어 유럽으로 옮아 붙었다. 전날 영국 정보기관이 “우한 연구소 유출설은 개연성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유럽 학자들도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에 힘을 보탰다.
영국 세인트조지대 앵거스 달글리시 박사와 노르웨이 바이러스 학자 비르게르 쇠렌센 박사는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에서 “바이러스가 우한 실험실에서 조작됐다는 흔적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입수한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바이러스에서 자연적으로 나타나기 어려운 유기화합물 구조가 발견됐고, 연구소측이 조작 흔적을 덮고 마치 박쥐를 통해 자연 발생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은 생물물리학 학술지인 ‘QRB 디스커버리’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 당국이 우한 지역의 코로나19 피해를 축소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한 논문 등을 분석, 해당 지역 감염 사망자가 실제로는 공식 통계(3,869명)보다 3배 이상 많은 1만3,400여명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우한의 감염병 상황이 심각하던 팬데믹 초기에는 종합적인 검사와 정확한 보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며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는 결함을 쉽게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통계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中 “미국의 음모, 정치화 안 돼”
중국은 서방 국가가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혈안이 돼 방역 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우한 기원설 확산 관련 질문에 “이는 과학의 문제로 정치화돼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감염병 상황을 빌려 오명을 씌우고 낙인을 찍으려는 언행을 수없이 봤다”며 “미국의 행동은 코로나19 기원을 찾으려는 노력을 정치화하는 것으로, 국제협력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것은 물론 생명을 구하려는 공동방역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은 개방적이고 투명한 태도로 두 차례에 걸쳐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를 초청해 기원 조사에 협력했다”고 강조했다.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작다고 발표한 WHO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정당성을 강조한 셈이다.
서방과 중국의 책임 공방이 또 다시 평행선을 달릴 경우 코로나19 발원지를 두고 미중이 치열한 설전을 벌였던 지난해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작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칭하며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9ㆍ11 테러보다 더 나쁘다”고 공세 수위를 높이자 중국도 “대선을 앞둔 트럼프 진영의 재선 전략 일부”라고 맞받아쳤다. 당시 양국의 코로나19 갈등이 무역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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