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1년여 만의 대면 면회에 눈물의 재회
경로당 문 열고 가족모임 확대도… "그래도 조심"
"영감, 보고 싶어서 죽겄어. 궁금허고. 손은 왜 이러구 차디차?"
지난해 추석,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남편 얼굴을 봤다는 이모(88)씨는 1일 지팡이를 짚고 남편 김모(87)씨가 있는 경기 안산시 경희재활요양병원을 찾았다.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대면 면회가 허용돼서다. 면회실 문을 연 이씨는 남편을 보자마자 1년 넘게 못 잡은 손을 꼭 부여잡았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진 노부부는 그간의 안부와 소회를 나눴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도 했다.
이른바 '백신 인센티브'가 이날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예방접종자들의 일상이 하나둘 회복되고 있다. 정부의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에 따르면 1차 이상 접종자(1차 접종 이후 14일 경과)는 △직계가족 모임 인원 제한 제외 △노인복지시설 프로그램 참여 △공공시설 입장료 할인 대상이 된다. 접종완료자(2차 접종 이후 14일 경과)는 요양병원·시설에서 대면 접촉 면회도 할 수 있다. 입소자나 면회객 중 한쪽만 접종을 완료하면 된다.
1년여 만에 붙잡은 손… 눈물의 요양병원
가족을 요양병원에 두고 오래 못 본 이들은 예방접종증명서를 꼭 쥐고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아내 구모(77)씨를 보러 큰아들 부부와 함께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을 찾은 김창일(83)씨는 간밤에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지난 주말 아내와 통화할 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코로나19 유행 이후 수시로 전화해 아내의 안부를 물었지만,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었다.
결혼 생활 50년 동안 한번도 싸운 적 없을 만큼 금실이 좋다는 김씨의 말대로, 구씨는 남편을 보자마자 반가움의 눈물을 쏟았다. 아내에게 손주 등 가족 소식을 조곤조곤 전하던 김씨는 "모처럼 만나니 너무 좋고 반갑다"며 "앞으로 가족들이랑 자주 올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요양병원 종사자들도 대면 면회 재개를 반겼다. 김기주 선한빛요양병원장은 "오랫동안 대면 면회가 진행되지 않아 환자들이 우울해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도 늘었다"며 "면회가 확대되면 환자들의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로당 열고 가족모임 확대… "그래도 조심"
마을회관과 경로당도 오랜만에 온기가 돌았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 추동마을 경로당에는 접종을 완료한 할머니 8명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경로당 문이 열리는 오후 1시에 1등으로 도착했다는 최고령 이정자(90)씨는 "집안에서 혼자 지내니 갑갑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며 "이런 날이 와서 행복하고 기운이 난다"고 했다. 할머니들은 "예전처럼 경로당에서 밥을 지어 나눠먹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 영덕군 지품면 주민들도 오랜만에 마을회관에 둘러앉았다. 마을 주민이 20여 명밖에 되지 않지만, 그동안 감염 확산 우려로 말조차 제대로 섞지 못했단다. 아직 1차 접종만 받아 회관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권혜숙(83)씨는 "하루빨리 접종을 마치고 사람들과 마주하고 싶다"고 소원했다. 인천 연수구 연수3동의 아파트 경로당에서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경로당 회장 김정하(77)씨는 "매일 경로당에 나와 청소하며 '언제쯤 문을 여나' 했는데, 1년 만에 열게 돼 너무 반갑다"고 했다.
어르신들의 백신 접종도 평소처럼 활발하게 이뤄졌다. 접종 장소에서 만난 이들은 가족 모임 인원이 늘어난다는 점을 특히 반겼다. 화이자 2차 접종을 완료한 강화산(80)씨는 "백신을 맞기 전엔 덜덜 떨리고 맞은 뒤 좀 아프기도 했지만 빨리 맞길 잘했다"며 "가족을 한 명이라도 더 볼 수 있게 해주는 혜택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백신 접종을 마치더라도 당분간 방역 수칙을 지키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2차 접종을 위해 종로구민회관을 찾은 백모(76)씨는 "닫았던 경로당이 열렸는데 왜 안오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면서 "그래도 최대한 만나지 않고 마스크를 하고 생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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