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 경쟁만으론 네이버·쿠팡에 밀려"
감성 건드려 플랫폼 내 연대감 조성
코로나발 대면 갈증 충족돼 충성도↑
"네이버·쿠팡·카카오와 정면승부는 힘듭니다. 자금력과 물류 인프라라는 체급 자체가 다른데 똑같은 코스대로 뒤쫓기만 해선 승산이 없죠."
배송 속도와 가격 경쟁 중심인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 포털 사이트, 모바일 메신저 등 막대한 트래픽(접속량)을 가진 정보기술(IT) 플랫폼까지 뛰어들자 차별화 전략이 시급해진 상황을 한 e커머스업체 직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가격 비교 화면과 익일 배송이라는 획일화된 형태로는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쇼핑 욕구를 자극할 새로운 방식을 찾던 다양한 군소 업체들이 '감성'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인간의 공감 영역을 채우는 서비스로 연대감을 높이고 이를 통해 충성도를 갖게 하는 이른바 '휴먼터치(Human Touch)' 전략이다. 상품 검색과 선택, 결제, 배송까지 24시간 안에 끝나는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더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감성적 만족감을 충족시키려는 시도다.
"오늘부터 1일" 대화하듯 고객관리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싼 가격과 빠른 배송 경쟁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e커머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휴먼터치 리그가 조성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 간 결속, 관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사회 분위기도 반영된 흐름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최근 TV홈쇼핑에서 e커머스로 방향을 튼 CJ온스타일은 개인화 서비스에 방점을 찍었다. 고객과 대화하듯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 '실시간 쇼핑 피드'가 대표적 기능이다. 신규 가입 고객에겐 "오늘부터 우리 1일이네요", 저녁에 접속한 고객에겐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등 인사말과 함께 각 상황에 알맞는 혜택 알림 메시지를 전달한다. 앱 내에서 이용자가 옮겨 다니는 메뉴들로 동선을 분석해 관심을 가질 만한 쿠폰 등을 제안하기도 한다. 마치 나를 잘 아는 친근한 사람에게 상품을 소개받는 듯한 느낌을 구현하는 게 CJ온스타일의 목표다.
일면식 없어도 인테리어·단골가게 공유
인테리어 중개 및 관련 상품 판매 서비스인 오늘의집은 '랜선 집들이' 콘셉트로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늘의집 플랫폼에는 고객들이 서로 직접 꾸민 공간을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하며 연대감을 다지고 인테리어에 쓴 상품 구매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은 비대면이 대세인 상황에서도 지역 주민끼리 직접 만나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대면 거래로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물건 거래뿐 아니라 동네 가게들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 기능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며 주민들 간 소통을 유도하고 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인간적인 연결을 느낄 수 있는 세심한 고객 관리가 휴먼터치 전략의 핵심"이라며 "플랫폼에 머무르는 동안 긍정적인 감성이 충족된다면 충성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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