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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탄 여객선 옆에 포탄...軍 "인터넷 미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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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탄 여객선 옆에 포탄...軍 "인터넷 미리 알렸다"

입력
2021.06.03 04:30
수정
2021.06.05 12:08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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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한 달 전 해수청에 공문 발송하더니?
해수부 거쳐 인터넷 사이트 한 줄 통보

경북 포항과 울릉을 오가는 여객선.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과 울릉을 오가는 여객선. 한국일보 자료사진

울릉과 포항을 잇는 정기 항로를 운항 중이던 여객선 근처에 4발의 포탄이 떨어진 사고와 관련,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일고 있다. 해군은 “해양수산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항행경보를 미리 고지했다”고 밝혔고, 해수부 산하 해양수산청과 여객선사는 “사격 사실을 통상적 방법으로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며 발끈했다.

2일 해군 등에 따르면 해군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신형 군함 시운전에 앞서 지난달 21일 사격 사실을 해수부에 통보했다. 해당 사실은 그로부터 엿새 뒤인 27일 국립해양조사원이 운영하는 해양안전종합시스템 사이트 내 ‘항행경보’ 게시판에 ‘6월 1주 상설 해상사격훈련’ 제목으로 게시됐다. “5월 31일과 6월 1~4일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원 동해와 경북 울릉 남방근해 사이 해상(R-115)에서 사격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해군이 동해상에서 실시하는 군함 시운전에 앞서 해양수산부 해양안전종합시스템 사이트 항행경보 게시판을 통해 공지한 사격 훈련 내용. 일시와 위치가 단 한 줄로 표시돼 있다. 해양안전종합시스템 캡처

해군이 동해상에서 실시하는 군함 시운전에 앞서 해양수산부 해양안전종합시스템 사이트 항행경보 게시판을 통해 공지한 사격 훈련 내용. 일시와 위치가 단 한 줄로 표시돼 있다. 해양안전종합시스템 캡처

그러나 사고 해역 해상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포항해수청은 “해군이 ‘평소’ 방식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실제 지난해 해군이 해수청에 보낸 공지문은 1일 군함 시험사격을 앞두고 인터넷에 게시된 항행경보와 확연히 달랐다. 지난해 공문에서는 ‘정기 여객선(포항·후포↔울릉도) 일시적 항로변경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해군이 사격 훈련 일시와 구역의 좌표를 세밀히 기재했고, 해도까지 첨부했다.

해수청 관계자는 “해군은 통상 사격 훈련 한 달 전 공문을 보냈고, 우리는 공문을 바탕으로 선사 관계자를 불러 회의까지 열어 주지시킨다”며 “여객선 항로에 포탄이 떨어질 수 있는 시험사격을 하면서 인터넷으로만 알렸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해군이 그동안 해상 사격 훈련에 앞서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에 사전에 보낸 공문. 사격 위치와 일시는 물론 훈련 해역 지도까지 첨부돼 있다. 독자 제공

해군이 그동안 해상 사격 훈련에 앞서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에 사전에 보낸 공문. 사격 위치와 일시는 물론 훈련 해역 지도까지 첨부돼 있다. 독자 제공

이에 대해 해군 작전사령부는 “소규모 훈련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항행경보로 고지된다”고 재반박했다. 한 관계자는 “통상 수십 ㎞ 날아가는 유도탄을 쏘는 대규모 훈련은 사전에 관할 지방해수청에 공문을 보내 통보하지만 이번은 대상이 아니었다”며 “항행경보와 별도로 장비 시운전 시 제반 안전 사항에 대한 조치는 계약당사자인 현대중공업 측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군의 주장이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우선 군함 제원상 ‘소규모 사격 훈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군함은 방위사업청이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2,800톤급 신형 호위함으로, 5인치 함포를 비롯해 함대함유도탄과 근접방어 무기체계를 갖췄다. 해상작전 헬기도 운용할 수 있는 전투함이다.

지난 1일 경북 울릉 인근 해상에서 승객 319명이 탄 여객선 주변에 포탄을 쏜 해군 함정이 지난해 4월 울산 현대중공업 부두에서 진수됐을 때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일 경북 울릉 인근 해상에서 승객 319명이 탄 여객선 주변에 포탄을 쏜 해군 함정이 지난해 4월 울산 현대중공업 부두에서 진수됐을 때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업계 한 관계자는 “2,800톤급 군함에 장착된 무기를 시험하는데 소규모 훈련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시운전은 장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시키는 과정”이라며 “사격이 포함된 시운전의 경우 관계 기관 통보 업무는 군의 업무”라고 반박했다.

지난 1일 오후 2시 30분쯤 울릉도 인근 해상에서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군함에서 방위사업청, 해군인수평가단 관계자가 참관한 가운데 포격시험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포탄 4발이 승객 319명이 탄 2척의 여객선 100~150m 근처에 떨어지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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