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 사면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 불가피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사면 찬성 여론도 높은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린다면 반대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대기업 총수 사면이 문재인 정부의 원칙을 허무는 '유전무죄'라는 반발도 여전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3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전쟁 상황에서 이 부회장 사면을 기대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문 대통령이 '고충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에서도 사면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전보다는 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기상조라는 당내 반발도 여전하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 달라진 분위기는 친문재인계 의원들 입을 통해 전해졌다. 친문계 전재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대통령의 입장이 상당히 변한 게 아닌가 느꼈다"며 "이 부회장 사면에 국민 70%가 찬성하는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며, 대통령이 전적으로 결정할 문제로, 말씀해온 그런 뉘앙스대로 진행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구체적 결심을 했다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며 "(문 대통령이) 충분히 고심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윤 의원은 "검토 가능한 경우의 수 중 하나"라고도 했다.
이원욱 의원이 지난달 4일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이 부회장 사면론을 제기했을 때만 해도 당내에서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좀 더 유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돈과 '빽'(뒷배경), 힘 있는 사람들은 만날 사면 대상 1선에 오른다"며 "그게 법치주의냐"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이렇게 하니까 국민들이 자녀들에게 '법 잘 지켜라' '기본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하지 않고, '돈 많이 벌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한 개혁성향 의원도 "문 대통령이 원론적인 언급을 한 것뿐인데 주변에서 '꿈보다 해몽'을 하는 것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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