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박범계와 검사장 인사 논의 후 냉랭
金 "저로선 시간 더 필요해" 의견 대립 시사
서울 시내에서 만찬 함께 하며 '마라톤 논의'
"정치적 중립 위해 윤석열 사단 발라 버려야"
한동훈 복권 힘들어... 중앙지검장 이정수 거론
‘김오수호(號) 검찰’ 체제 구축을 위한 검사장급 이상 인사를 앞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크게 충돌했다. 김 총장이 ‘친정권 인사'로 지목된 터라, 박 장관과 의견 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을 빗나간 셈이다.
법무부는 4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하려고 했지만, 후속 협의를 위해 인사 시기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현 정부는 이번 인사의 핵심 기조를 ‘윤석열 사단 요직 전면 배제’로 잡은 것으로 파악돼, 김 총장이 거세게 반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은 3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 내 사무실에서 김 총장을 만나 검사장급(고검장ㆍ검사장) 인사를 위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를 가졌다. 인사 업무를 맡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과 조종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함께 배석한 채 1시간가량 의견을 주고받았고, 이후 ‘장관-총장 독대’가 1시간 정도 더 진행됐다. 회동에 앞서 김 총장은 “많은 이야기를 좀 강력하게 하겠다”고 취재진에 말했고, 박 장관도 “저는 총장님 말씀 경청해서 충분히 듣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했던 시작과 달리, 회동이 끝난 직후 분위기는 냉랭했다. 박 장관은 오후 6시쯤 청사를 나오면서 굳은 표정으로 “충분히, 아주 충분히 자세히 들었다”고만 말했다. 김 총장도 웃음기 하나 없이 “(인사와 관련해) 2시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의견을 드리고 설명도 했지만, 저로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거 같다”고 밝혔다. 의견 충돌 여부, 인사 발표 시기를 묻는 질문에도 “시간이 저에겐 더 많이 필요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김 총장은 현재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일선 검사들의 우려와 개선 방안을 상세히 전달했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해선 “검찰개혁의 큰 틀 범위에서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과 김 총장은 이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논의를 이어갔다.
일각에선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려 이번 주로 예상된 검사장 인사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총장 의견이 인사에 반드시 반영돼야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와 법무부의 당초 구상대로 인사 발표가 4일 이뤄질 수도 있다. 앞서 박 장관은 올해 초 인사에서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전보’를 요구한 윤석열 전 총장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인사의 큰 틀을 ‘윤석열 라인 흔적 지우기’로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한마디로 ‘발라 버리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안다”며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이 기정사실화한 데다, 대선 출마설까지 나오는데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 주요 보직에 어떻게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앉히겠나”라고 말했다.
보복인사로 비칠 소지가 있으나, 그보다는 ‘윤석열의 정치인 변신’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얘기다. 때문에 현 정권과 윤 전 총장이 갈등 관계로 바뀐 이후, 지방 한직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 한동훈 검사장(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부산고검 차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나 박찬호 검사장(대검 공공수사부장→제주지검장), 이두봉 검사장(대검 과학수사부장→대전지검장) 등의 ‘복권’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학의 불법출국 금지 수사 중단 외압’ 혐의로 기소돼 피고인 신분이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우, ‘고검장 승진’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막고, 정권 뜻에 맞는 수사는 무리하게 밀어붙이며 충성했던 이 지검장을 정부가 내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대 관심사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기용’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도 낙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은 대통령 의중이 강하게 반영되는 자리라,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도 의견을 제시할 뿐”이라며 “문 대통령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