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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아닌 악마' 경찰도 절레절레… 2000번 넘게 성매매시킨 동창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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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아닌 악마' 경찰도 절레절레… 2000번 넘게 성매매시킨 동창생

입력
2021.06.04 21: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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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동창이자 직장 동료였던 친구 상대로 범행
알몸 영상 찍어 호객하고 "가족에게 알린다" 협박
피해자 강제 냉수목욕 중 숨질 때까지 5억 뜯어내

폭력, 학대. 게티이미지뱅크

폭력, 학대. 게티이미지뱅크

“지금까지 사건 현장의 시신을 보면서 ‘정말 기가 다 빠졌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입니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동창이자 직장생활까지 함께한 친구 B(26)씨로부터 2,000회 이상의 성매매 강요와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숨진 A(26)씨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의 말이다.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지만 B씨의 만행은 상상 그 이상"이라며 “20년 넘게 형사 생활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A씨에게 B씨는 절친이 아닌 악마로 보이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을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A씨를 숨지게 한 B씨의 만행은 경찰의 말처럼 상상을 초월했다.

A씨 어머니에게 B씨는 딸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 B씨가 “제가 A를 잘 보살피고 있어요”라고 하는 등 착한 친구처럼 행동했고, A씨 어머니도 딸만큼이나 B씨를 신뢰했다. 딸이 갑자기 죽었는데도 B씨에 대한 의심은커녕 “애가 허약해서 그런 것 같다”며 부검을 거부할 정도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육감은 달랐다. 통상 타살 흔적이 없고 가족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부검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뭔가 찜찜했다. 경찰은 가족을 설득해 부검을 의뢰하고, A씨와 B씨의 휴대폰을 포렌식했다. 휴대폰에는 B씨의 만행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가 B씨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한 건 2019년 12월 무렵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성매매를 하던 시기에 B씨가 A씨에게 “성매매 조직이 배후에 있는데 네가 일을 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다”고 협박했고, 이후 A씨만 성매매를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때부터 올해 1월까지 400여 일 동안 A씨가 성매매에 나선 횟수는 2,145회다. 하루에 적게는 서너 번, 많게는 열 번 이상,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강요당했다.

B씨는 A씨에게 알몸 상태에서 특정한 포즈를 취하도록 한 뒤 동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3,868건에 이르는 사진과 동영상은 A씨의 성매매 강요를 위한 협박 수단이자 성매수남 대상 홍보물로 쓰였다. A씨가 “생리 중이고 너무 힘들다”고 하면 “동영상을 가족들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하고, 성매수남에게 문의가 오면 해당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 여성을 보내겠다”고 하는 식이었다.

B씨의 착취는 집요하고 철저했다. A씨가 성매매가 싫어 서너 차례 몰래 이사했을 때 B씨도 따라 이사를 했다. A씨 방에 ‘홈캠’을 설치하고,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하루에 정한 목표를 A씨가 채우지 못하면 막대기로 때리거나 냉수 목욕, 수면 방해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B씨의 동거남은 성매매를 알선하고 A씨를 성매수남이 있는 모텔 등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맡았다. 다만 A씨에 대한 가혹행위에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올해 1월 19일 목욕탕에서 A씨에게 냉수 목욕을 시키다가 A씨가 숨지자 태연스럽게 “친구가 쓰러졌다”며 119에 신고했다. B씨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A씨로부터 받은 돈(전체 5억 원) 중 남아 있던 2억3,000만 원을 은행에서 인출해 침대 밑에 숨겨 뒀다가 압수당했다. 추후 계좌 정지로 돈을 찾지 못할까 봐 그랬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A씨 부검에서 뚜렷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전남대 법의학과에 의뢰해 '영양 부족 상태에서 냉수 목욕은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를 근거로 B씨와 B씨 동거남에 대해 중감금 및 치사죄, 성매매 알선법 위반(성매매 강요) 및 성매매 약취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도 최근 이들을 구속 기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조사 중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진정성은 없어 보였다”며 “죽은 A씨만 억울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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